우린 오래전부터, 참 이상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어. 아니, 정말 별 거 아닌 것에 감탄하고 있었지. 그건 이름에 관한 거야. 처음엔 무언가가 당연하다는 듯이 가지고 있는, ‘이름’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지. 쉽게 말해서, 나무에게 왜 ‘나무’란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했다는 거야.
“그거 참, 낭만적이네.”
내가 또, 그런 분야는 전문이지. 하지만 그게 꼭 그렇진 않았어. 생각해 봐. 엄마에게 왜 나무는 나무냐고 묻는 아이를 말이야.
“아, 좀 끔찍할 순 있겠어.”
“우린 나무랄 수 없는 문제아였지.”
(중략)
아무튼, 누구도 그런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는 법이야. 어린 꼬마도 차차, 그런 진실을 깨우쳐가는 법이고. 이름이란 건, 인간이 만든 표식에 지나지 않으니까. 우린 나무를 구별하기 위해 나무의 이름을 정해놓지만, 정작 나무 본인은 그것과 아무 관계없이 살아갈 뿐이니까.
“그럼 이름이란 건, 실제론 별 의미가 없다는 거야?”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정해둔 약속에 지나지 않다고 말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 아니, 도저히 그러기 싫었던 거야. 분명 그게 정답인 건데도 우린, 이건 뭔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둘이 같이? 그럼, 뭘 바랐던 거야? 애초에 뭔가를 바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는 걸?”
우린 뭔가, 분했던 거야.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이나 사회가 그렇게 허술하게 돌아가진 않을 거란 걸, 믿고 싶었던 거 같아. 전혀 단순한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단순히 끝나버리면, 뭔가 억울하지 않아?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 듯 모르겠어.”
우리가 핑계처럼 문학을 선택했지만, 그게 정말 핑계로만 끝나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됐던 거야. 우린 뭔가, 말로는 다 설명하기 힘든 직감을 멋지게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으니까. 이름에 대해 생각하고, 고집부리는 것에 말이야. 우리에겐 그게 간단하고 가볍게 넘어갈 주제가 아니라고 확신했어. 곧 그건, 우리에게 소중해졌지. 그것 자체가, 우리가 하고픈 이야기의 본질이 되어갔어.
우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나무를 나무라고 부르기로 정한 것에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우리가 무언가에 이름을 지을 때, 논리적으로 분명한 근거는 없을지라도, 직감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
“? 그건 정확히 무슨 뜻이지?”
‘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에게 꽤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은가?’라고 생각해 봤다는 거야. 물론 20여 년간 나무라고 부른 영향이 있겠지만, 그런 걸 떼어놓고 생각해도, 나무는 나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는 거야.
“그런가?”
응! 나무라는 울림에는 살아있는 동시에, 단순하고 단단한 줄기를 두 글자 이내로 좁혀낸 것만 같아. 꽤나 탁월한 네이밍이야. 마치, 나무가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라도 한 것만 같다고 할까? 사람들의 직감이 그 소개를 희미하게 들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거야.
“……. 계속해 봐.”
나랑 푸른이는 가끔 만나서, 그런 단어들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어. 정~~~~말 재밌는 작업이었지. 때론 다른 나라의 단어도 비교하며 찾아봤고, 시적인 허용을 사용할 수 있는 예시를 고안하기도 했지.
“오와! 그건, 정말 좋은 탐구네.”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무’에 비해서 영어인 ‘트리’나 일본어인 ‘키’는, 그 울림이 충분하진 않은 거 같았어. 또 한국어의 ‘마음’은 많이 정제되어 있는 거 같지만, 영어인 ‘마인드’는 개인적인 걸 강조하는 느낌이고, 일본어인 ‘코코로’는 감정의 응어리가 잘 연상되는, 덩어리처럼 들려. 영어인 ‘플라워’는 화려함에 집중한 거 같고, 일어인 ‘하나’는 단순함 속에 축약된, 수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 같아. 반면에 ‘꽃’은 정말, 극도로 시적인 거 같았어. 가장 짧은 순간에 가장 축약되어 있는 꽃의 화려함. 그 불꽃같은 운명을 너무나 잘 표현한 울림과 영혼이 교차하는, 완벽에 가까운 음악이라고 생각해.
“와……, 그건 정말 뭐랄까? 음~.”
“신나고 재밌는 일이지? 남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기대되고, 계속하고 싶은 일일 거야.”
푸른스, 지원사격 좋고!
“응! 바로 그거야. 정~~~~말 좋은데?!”
어?
“그게 바로, 우리가 절반은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인 거야. 아무리 이용하려고 선택한 일이지만, 사실은 그 탐구가 주는 울림 자체를 원하고 있던 거지. 우리가 말하고 싶고, 정리하고 싶은 진리들을 언제나 연구하는 예술이, 문학이었던 거야. 우리가 거기에 끌렸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던 거지.”
어, 어우. 그건 내 대산데, 푸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