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하지만 세상은 구식, 신식을 전혀 가리지 않아.
42 그렇게 우린 잠들었어. 네가 잔다면, 나도 별수 없잖아? 그렇다면 나도 자고, 너랑 같이 일어나면 될 일이지. 싫어도 때가 되면, 눈을 떠야 하니까! 널 보면서 잠드는 건, 참 나쁘지 않아. 넌 천사처럼 자거든. 넌 내가, 너와 다른 부류라고 생각할 거지만, 결코 아니야. 울 엄니도 내가 천사처럼 잔다고 했거든. 천사같이 자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사람이야…….
43 “우와! 너~무 이뻐~.”
초롱인 그 꼬까신을 받기도 전에, 새끼 고양이라도 본 반응을 했어. 그렇게까지 이쁘진 않거든?
44 네 눈빛이 날카롭게 밝아지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지.
45 하…….
“계속 들어도 난, 우리가 무슨 얘기 중인지 모르겠어.”
“괜찮아, 그게 정상이거든. 아무도 안 하는 얘기를 한다는 건, 아무런 얘기를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야.”
음!!!!
“좀 그런데. 이 얘기, 계속해야 하는 거야?”
기지개 켜고, 하품이라도 해야겠어.
“아니, 그럴 의무는 어디에도 없지. 네가 싫으면 그만할 뿐이야.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난 괜찮다면, 이 얘기를 더 하고 싶어.”
맘 약해지게…….
“하지만 우리 둘이 싸운다면, 아무 의미 없는 거잖아.”
“맞는 말이야. 근데 우리 둘이 싸우고 있었니?”
음……. 그렇네.
“싸우기보단, 내 생각과 낯선 생각에 불편했던 것뿐인 거 같아.”
“좋은 징조네.”
또 싱긋 웃는구나. 자세히 보니, 네 웃음은 네 눈을 감기게 하네. 살이 좀 쪄서 그런 건가? 아니, 잠깐.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웃었더라?
“봄이 온 거야?”
비슷한 거겠지?
“시적으로 그래.”
둘이서 아주 꼴값을 떠네. 참, 잘 논단 말이지~.
“좋은 얘기는, 봄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
어쭈?
46 “마음 단단히 먹어. 이번에 만날 녀석들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란 말이지…….”
!!!!
“흐어↗! 이번에도 친구를 만나는 거야!? 너~~~~무 좋다~~~~!”
“아니, 내 말을…”
“걔들은 어떤 애들이야? 이름은 어떻게 돼? 어디서 살아? 게다가 몇 명이야? 이번엔 여러 명을 만나는 거야?!”
“하…….”
푸른이의 ‘건들지 마’ 모드가 작동했어. 이제 한 마디라도 더하면 화내겠지?
“…….”
“…….”
어…
“저기, 근데…”
“또 뭐!”
정말 몰라서 그래…….
“마음은 어떻게 단단히 먹는 거야?”
“으!!!!”
푸른인 또 한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 난 잘못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이라도 서는 느낌이야. 차라리 벌이라도 섰으면, 마음이라도 시원했을 텐데……. 쟨 대체 나한테 왜 저러는 거야?
이렇게 생각할 즘, 저 너머 언덕 정수리에, 화려한 뾰루지라도 난 것 같은 무언가가 나타났어.
“저게 뭐야?”
“사랑과 사과의 집이지.”
47 왜 눈앞에 가고 싶은 곳이 나타나면, 어느새 도착해 버리는 걸까?
48 “뭐 해?”
“응?”
“남의 집 처음 가 봐? 남의 집에 가려면, 걷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일을 해야 한다고.”
(중략)
푸른인 어느새 어벙한 내 등을 밀고 있어. 내 발은 분명, 과자로 만든 마루를 망치고 있었지. 그것들은 너무 쉽게 부스러졌어.
“물론 남의 물건도 조심해야 해~~.”
신기하게도 푸른인 어떤 것도 망치지 않아. 아니, 망친다는 건 언제 만들어진 거야? 원래 땅은 수없이 부스러지는 거라고!
49 “아까부터 왜들 그래~. 둘이 싸워?”
“아냐~. 그럴 리가. 이건 노래랑 나 사이의 인사야, 인사~.”
“그럼, 그럼. 남들 눈엔 기싸움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린 만날 때마다 이렇게 놀아~.”
하하~…….
50 이제 잘 수 없을걸! 우린 나란히 누워 있어서, 내 입도 네 귀도 누웠어. 그건 내 목소리와 네 청력이 깊은 물에 잠긴 것 같은, 착각이 든다는 소리야. 게다가, 넌 뭔가 진정성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부터, 그걸 빠져나갈 수 없는 녀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