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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과 날숨 - 소설

갑자기 네 표정이, 내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어. 넌 내 앞에 있지만, 있지 않아. 또 시작이야. 날 두고 어딘가 가버릴 것만 같아. 마음이 탁해져 버렸어. 네 모든 게 그것만을 말해주고 있어. 꽤 긴 시간이 흘러. 시간? 왜 이런 순간은 예기치 않게 와버리는 걸까? 난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결과에도, 갑자기 떨어진 폭탄처럼 알 수가 없어. 그냥 내 눈앞에서 무언가 터지고, 변해버리는 거야. 난 여기에 내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까? 우린 말이 없어.


‘우린 너무 쉽게 상처받는 건지도 몰라······. 그래도 난 남이 싫어······.’


이 침묵 속에서 난, 초롱이랑 대화하고 있는지 잘 모르게 됐어. 도대체 이 상황은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분명히 간단한 흐름이었을 텐데? 불과 3여 분에 지나가 버린 상황이었을 텐데? 난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인 걸 알아버렸어. 분명 오래전부터 깨닫고 있었지만, 도무지 납득하기 싫은 세상의 생김새……. 내가 그걸 조금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드는, 내 안의 독백.


‘오늘은 ‘너’가 와줄까?’


너무하게도 네 복잡한 표정을 보고, 난 상관하고 싶지 않아. 그건 네가 걔랑 닮았기 때문만은 아니야. 이건 내가 사람들을 싫어하는 하나의 방식이지. 어느 순간에 내가 알게 된 건, ‘내 정신이 이상하다는 자각’ 정도의 깨달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방어기제란 서로가 서로에게 실망하기에 만들어진다는 거야.


“우리 잠시만 쉬자. 나 심호흡 좀 할래.”

“어? 그래.”


왜 그래? 왜 다른 사람들처럼 날 벗어나지 않는 거야? 왜 이만큼 탁해진 날 질책하지 않는 거야?


“흐읍! 푸우~~~~.”

‘이건 두 박자의 들숨.’


“흡! 파아~~~~.”

‘이건 이제야 날숨.’


“······.”

‘이건 익숙한데도 알 수 없는 사념.’


“좋아. 다시 얘기해 보자.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건 우리의 생활.’


“이번엔 뭘 기다린 거야?”

난 좀 홀려있는 것처럼 물어봤어.

“내 봄. 어쩌면 겨울이 지나가 주길 바란 건지도 몰라.”

“언제나 봄을 기다리는구나?”

“언제나 출발점을 맴돌고 싶은지도 모르지.”


참 신기해. 그 말 덕분에 편안해. 여전히 왜인지 알 수 없어. 우린 이제야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아. 네가 내 봄을 만들어 주고, 이내 네 봄을 같이 기다려낸, 이 순간부터 말이야. 하지만, 네 방법은 어딘가 잘못된 거 같아.


“그 말 마음에 들어.”

난 어느새 네가 준, 그 싱싱한 풀 반지를 보고 있었어.

“나도.”


‘서로가 서로의 웃음을 기다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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