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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Jan 10. 2023

7.꽃 키우기

흙을 만지면 보드라운 마음이 올라오는데...


 어느 해부터 야생화에 관심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꽃 씨앗을 사다가 심어 보았다. 그 이후로는 길가에 핀 꽃들이 질 때 그 꽃에 달려 있는 씨를 받아다 심는다. 보통 꽃 잎, 암술 부분에 꽃씨가 만져진다. 가을이 되면 씨앗을 받고, 겨울에서 봄 즈음이면 작은 화분에 심고 물을 준다. 자그마한 씨앗이 흙속에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어느새 싹이 나고 작은 모종이 된다. 찬란한 햇살을 받고 꽃으로 피우는 과정을 보아 왔기에 이 모든 과정이 자연의 신비이지만, 내가 그 생명의 조물주인 양 마음의 사치를 부린다.


 한겨울에 꽃씨를 받기에는 무리다. 이미 꽃씨는 땅에 떨어져서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한번 꽃을 심으면 그 자리에서 그 꽃이 나오기가 쉽다. 바람에 날려간 씨앗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생명력 강한 야생화들은 그 자리에서 내년을 준비한다.

 다 있는 마트에 가면 꽃씨나 채소 씨앗들을 구할 수 있다. 이것들을 심으며 꼬물꼬물 깨어나는 싹들을 기대할 수 있다. 싹이 트면 그게 신기하고. 연둣빛의 본잎이 나타나면 용하다 싶다. 조금씩 커나가는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씨앗들의 특성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는 것들과 느리게 정말 인내심을 갖고 키워야 하는 종류들이 다양하다. 간혹 물을 제 때 주지 못하여 마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물을 못 줘서 죽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면 화분 밑에 받침에 물을 고여주는 것도 좋다. 저면관수라고도 말하던데. 흙이 말라서 뿌리에 수분공급이 되지 않을까 봐 아래쪽에 물을 충분히 준비해두는 것이다. 흙이 알아서 흡수해 준다. 햇반의 그릇을 재활용하거나 배달음식의 일회용기를 활용해도 좋다.

 대개 백일홍이나 천일홍 같은 야생화들이 오래가고 잘 큰다. 백일씩, 천일씩 꽃을 피운다고 지어진 이름 같다. 그만큼 개화기간도 길고 잘 죽지 않는다.


 내 베란다(테라스)에는 제라늄들이 많다. 제라늄들도 종류가 많아서 꽃 색깔들과 꽃 모양들이 각기 다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제라늄의 개체가 많아진 이유는 각 제라늄들이 주는 기쁨과 행복감 때문이다. 일단 꽃을 길게 보여주거나 자주 보여준다.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제라늄들이 있다. 색감도 각기 다르고 꽃잎 수도 다르다. 장미 봉오리 모양이 있기도 하고, 화사한 꽃다발 같은 꽃도 있다. 단정한 홑잎과 그러데이션 된 듯한, 붓칠을 한 듯한 꽃들도 있다. 그리고 가지가 길어질 때 잘라서 흙에 푹 꽂아주면 뿌리가 나와서 개체수도 늘어난다. 마법 같다. 사계절 내내 꽃을 보여주기에 제라늄 종류를 잘 선택한다면 꽃을 자주 볼 수 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편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들에게는 햇볕이 필수요건이긴 한데, 전반적으로 식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바람과 물이란다. 적절히 물을 주고 뿌리가 썩지 않게 잘 말려주면 좋다.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지루해서 안 맞는다면...

 기다리다가 지칠 수 있다.

 화원에 가면 다양하고 화사한 얼굴을 하는 꽃을 많이 볼 수 있다. 대개 내 취향에 맞는 아이들로 골라 오면 쉽게 키울 수 있다. 그런데 꽃 또한 한번 피우고 시들어 버리는 아이들도 있고, 한번 나타나지만 길게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꽃들이 있다. 국화 종류들은 정말 개화 기간이 길다. 길게 꽃을 보고 싶다면 꽃집 주인에게 추천을 받는 것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미리 떠올리며 가보는 것도 좋다. 꽃잎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지. 어떤 색감을 좋아하는지.


 그러나 꽃이 지는 과정과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별로이다라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분들은 절화나 관엽수를 선호한다. 꽃집에서 예쁜 꽃을 사다가 꽃병에 꽂아두고 1주 정도 지켜보는 게 깔끔하다는 분들이었다. 기분이 조금 처질 때 꽃을 사는 것도 좋다. 구겨진 마음이 펴지거나 먹구름 같은 내 마음에 화사함을 주기도 한다. 자주 들여다볼수록. 향이 좋을수록.


 나는 꽃을 사러 갈 때 일부러 걷는다. 전철역으로 두어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20분 이상 걸어서 간다. 그리고 걸어서 돌아온다. 꽃을 사러 갈 때, 꽃을 들고 집으로 돌아올 때, 요동치는 듯 마음이 설렌다. 그 며칠 화사한 꽃을 보는 게 한없이 기쁘다. 봉오리 진 백합종류는 길게 가고 향이 좋아서 꽤 만족스러웠다. 국화종류 역시 향도 좋고 개화기간이 길다. 카네이션도 마찬가지.



 2월과 3월은 꽃값이 비싸다. 꽃을 키우려면 하우스에서 난방을 해줘야 해서 연료비와 인건비가 든다. 추워서 동사하는 꽃들도 생기고 계절은 식물들이 용하게 알아 예민한 꽃들은 잘 피우지도 않겠지. 또한 졸업식과 입학식 때 꽃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가격이 오른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 그런데 요즘 왜 이리 절화가 사고 싶은 건지. 좀 참자 싶은데도 마음이 꽃 생각으로 일렁인다. 꽃의 화사함이 그립구나.



봄의 베란다. 스툴에 누워 있으면 숲에 온 느낌이다.


씨앗을 심고 봄을 준비하자. 1년을 준비하자. 요이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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