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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Jan 05. 2023

5-1.여행, 문배마을을 가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나이 사십이 넘도록 처음 들어본 여행지 이름이었다. 문배마을을 찾아보니, 6.25 전쟁 때에도 전쟁을 비켜갈 만큼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정말 찾아가 보니 마을이 신기하도록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 같았다. 신이 주신 안전구역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을 끝자락이었다. 몇 년 전 함께 수영을 배웠던 언니와 동생 셋이서 평일에 휴가를 내고 만났다. 별내역에서 만나 강촌역까지 전철을 타고 갔다. 역시 단풍철인가, 평일인데도 전철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강촌역에서 내려 핸드폰의 어플을 켜고 걷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 구곡폭포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춘천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바꿔 주었다. 길이 잘 닦인 인도로 주욱 올라가니, 양 옆으로 쨍하니 찬란한 단풍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 주황, 갈색의 조화가 어우러진 잎들을 보니 자연의 색이란 이런 거구나 싶고. 가을이어도 초록색이 함께이지 않으면 더 예뻐 보일 수가 없는 이유도 알 것만 같다. 조금 걸으니 이끼정원도 보이고 계곡물도 졸졸 흐르고. 금세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조금 오르니 구곡폭포로 가는 길과 문배마을로 가는 길로 나뉜다. 구곡폭포는 내려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먼저 문배마을로 향한다. 경사가 꽤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한없이 파란 하늘과 조화로운 절벽의 풍광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가 없다. 눈으로만 보기 아까워 핸드폰 사진으로 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풍경을 그대로 옮기기는 역시 무리이다. 경사가 있는 길이지만 지인들과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며 올라가니 등산도 아니고, 산책 수준도 되지 못한다.  산 꼭대기도 아닌 언덕에 오르니 뭐랄까, 우리가 올라온 길이 꼭 절벽같이 느껴진다. 이 가파른 길을 다 올라왔더니 꽁꽁 숨겨진 마을과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몇 가구 되지 않는 그곳은 신 씨, 장 씨, 김 씨 등 각 가구들마다 사는 이들이 달라 각 집마다 성을 붙여서 쉽게 불렀단다. 지금은 그 가구들이 거의 식당들이다. 나는 그 밥을 먹기 위해서 올라온 것이다.





 호수도 나중에 돌아보기로 하고 밥집 한 곳을 골라 들어간다. 빈 막걸리 주전자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직접 묵도 쑤는 그곳을 들어갔다. 옛날 집 풍광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집안의 안방, 마루에서 식사를 한다. 집주인분들은 어디서 주무실까? 이제는 다른 곳에서 사실까? 궁금증도 든다. 우리는 비빔밥, 묵, 도라지, 동동주를 시켜본다. 맛이 기가 막힌다. 등산도 아닌, 운동도 아닌, 산책을 조금 하고 와서인지 더 맛있다. 그렇게 배를 두드리고 나와서 호수 한 바퀴를 돈다. 이 동네는 전쟁도 비켜갔는데, 여기서 살면 평화로울까? 심심할까? 나는 어떨까? 생각을 하다가 지인들과 사는 이야기를 한다.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각자 직장에서의 이야기들. 조용한 동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받아준다. 들어도 듣지 않은 것처럼.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한결 수월하다. 말해 뭐해. 그러나 허벅지 근육이 힘든지, 내려오는 걸음이 후들후들 거린다. 아차, 내려올 때 더 조심하랬는데! 등산을 싫어하던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려간다. 호기로 구곡폭포까지 가기로 한다. 구곡폭포까지 가는 길은 어쩜 이리 환상인가 싶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구곡폭포는 정말 절경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도 이렇게 시원한 폭포를 볼 수 있구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키 큰 사람의 다리를 연상케도 한다. 보고 있으니 마음이 시원해진다. 답답한 일들을 다 흘려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폭포 낙숫물이 흘러가듯이 내 속도 편안하게 잘 흘러가면 좋겠다.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쉽게 행복을 찾을 수 있구나.

  몰랐던 새로운 곳을 찾아가 보는 것이 나의 새로운 마음을 또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구나.

 내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 내 귀로 듣는 기분이다.


 자연이 주는 행복.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행복.

 잠시만 한눈팔면 이렇게 가까이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자연이 주는 힘이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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