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소하고 낯선 그 이름

by 김양희

언어재활사로 사는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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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재활사로 이름이 변경되기 전까지 언어치료사라고 알려진 직업이 바로 내 직업이다. 그러나 언어치료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나도 치료해줘", "말빨 세겠는데?", "가수 아웃사이더처럼 랩 해봐"라고 하였다. 그때의 나는 설명하기도 어렵고, 지루하게 들릴 것 같은 우려에 병원의 물리치료사와 같이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직업이라고 얼버무린 것 같다. 몇몇의 분들은 간호사로 인식하기도, 어떤 분들은 의사냐고 묻기도 하였다. 언어치료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20년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인식이 된 것 같기는 하다. 말이 늦어 언어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이전보다 대학에 학과도 더 많이 생겼고, 보험회사에서 실비로 인정된다고 하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더 알려진 것 같기도 하다.


소아과 병원에서 아이들이 언어 발달이 늦어져서 언어가 지연된 것을 조기 발견하거나, 말이 늦되다고 언어치료를 받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나라에서 시행하는 조기 발견 사업들의 효과 덕분이고 부모들의 지식과 관심 수준이 이전과 많이 다르게 높아진 덕분이다. 성인기의 분들이 뇌졸중이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여 말을 잘 못하시게 되어 만나게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실 의사들의 진료 영역이 다양하듯 언어재활사의 전문 분야도 세분화되어 있기도 하다. 언어 발달 지연/장애, 조음 장애, 유창성 장애(말더듬), 음성 장애, 청각언어 장애, 신경언어 장애 등의 분야로 다양하다.


나는 소아정신과, 재활의학과,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아이들을 8년 정도, 성인들을 약 15년 정도 만나왔다. 언어재활사로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내가 느끼고 배우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일을 하다가 소진될 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 노트북을 열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취미 부자가 되어버렸데 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결혼 전부터 나는 하고 싶었던 취미가 많았었고 그것들이 대부분 활동적인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일과 양육을 하면서 집에만 머무르게 되었고 나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한 때는 커피만 찾아 카페인 인간이 되었다가, 재봉틀을 꺼내 옷도 만들었다가 사부작 뜨개도 해 보았고, 쿠키와 빵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식물을 키우고, 사계절 동안 꽃을 피우는 제라늄 세계에 입문하였다가 파종의 맛을 알게 되어 씨앗 뿌린 야생화들이 꽃을 보여줄 때 기쁨을 느끼기도 하였다. 지금은 직장 내에서 이런저런 야생화들을 키우는 맛에 점심시간 동안 땀 흘리면서 풀 뽑고 물을 주어 꽃들을 돌보고 있다. 남편에게 육아를 부탁하여 수영과 요가를 다닌 적도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하여 중단하고 지금은 엄마를 찾는 아이들에 발목 잡혀서 쉬고 있다. 결혼 전에는 스노보드 타기, 수영하기, 서양화 그리기, 천연 화장품 만들기, 여행 다니기와 같은 취미들이 있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와의 심리전도, 내 안의 번아웃도 함께 찾아왔다. 갱년기일까 하는 생각이 움트기도 전에 아이가 사춘기 같은 행동을 하였고, 심리상담사와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 동안 깨달은 것들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 아이를 키울 때 주양육자의 내적인 힘이 중요하다는 것, 엄마의 마음이 편해져야 한다는 사실도 글로 배워왔지만,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다. 자조 능력을 키우는 모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나를 잘 돌보고 잘 들여다보면서 나를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노력해야겠다'라는 말을 썼다가 지웠는데,- 나의 젊은 시절을 포함해- 젊은 사람들이 많은 노력에 지치는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힘들고 우울감을 느낀다. 나도 내가 우울한 줄 알고 정신과 의사를 2명이나 만났지만, 결국 심리상담사가 나의 '불안'을 자각하게 해 주었고, 그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였다.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어느 계기로 침체되고 이게 우울인가를 느끼게 되는데, 우울과 불안은 다른 부분이고 치료 자체도 다르다고 한다. 직장의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긴장할수록 걱정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점점 불안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게 되고 그러다가 갑자기 몸이 아파지게 된다. 실제로 아픈 게 아니라 아프다고 뇌가 인식한다. 내가 그랬다. 정신과에서 정답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내 생각에는 취미와 내 마음을 지키는 힘과 연결 고리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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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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