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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Apr 13. 2023

17. 감사하기

 20년 전쯤부터 심리서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소설책보다 심리서나 자기 계발 관련된 책들이 나의 흥미를 끌었었다. 그러나 심리서를 읽어도 무언가 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느낌이었다. 책에 목차는 있는데, 전반적인 심리서의 목차가 빠진 느낌이랄까. 왜 사건을 보는 내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답답했었다. 아직도 심리치료를 하는 임상심리사를 만나도 속 시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심리치료의 근원이 병적인 부분을 치료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행복의 기원(서은국, 2014),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마틴 셀리그만, 2009)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 정리된 개념은 다음과 같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 삶의 목적은 그저 생존일 뿐이다. 삶의 조건 중의 하나가 '행복'이라는 장치다. 생존하기 위하여, 죽지 않게 하기 위하여 행복이라는 조건을 달아 삶을 지속하게 만든 장치다. 행복감을 느낄수록 더 살아나갈 수 있다. 반대로 우울감을 느끼면 자살 충동이 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을 쫓는다. 살기 위해. 그러나 정작 행복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막연해진다. 행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고 쫓아가야 하고. 결국 행복을 느끼는 것은 잠깐의 좋았던 행복감들. 무언가를 먹었을 때 행복감. 아이를 안았을 때의 행복감. 보너스를 받았을 때의 행복감. 소원했던 여행지를 갔을 때의 뿌듯함. 이렇게 단순한 감정들이 쌓여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인데. 이 행복감을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감사하기'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한 일들을 떠올려 보면 행복감을 더 많이,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에 감사하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감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다시 행복감이 온다.

 감사하기의 중요성은 많은 이들이 말한다. 긍정적인 사고는 우리의 삶을 좋은 곳으로 이끈다고들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나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그 감사를 듣거나 보는 사람들도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요즘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에 좋았던 일들을 말해 보자는 시도를 종종 한다.

 작은 아이는 '오늘 체육 했던 거, 오늘 간식 먹었던 것. 남자친구들끼리 하는 게임인데, 나를 끼워준 것. 아빠차를 타고 학교에 간 것'이라고 말한다.

 큰 아이는 '오늘 운이 없었어. 정말 하나도 좋은 일이 없었어.'라고 불평을 말한다.

 이어 나는 '오늘 커피를 마시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서 좋았어. 엄마가 만들어준 피자를 너희들이 맛있게 먹어서 고마웠어. 우리 아들, 딸이 다치지 않고 집으로 잘 돌아와서 다행이다 싶어. 우리 아들 다친 발을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많이 나은 것 같아서 참 감사해.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으니, 하마터면 수술할 뻔했는데, 얼마나 다행이야. 그리고 아들, 딸이 엄마에게 와 줘서, 엄마의 아들과 딸이 되어서 정말 감사해.'라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말이 어색하기도 해서 좋았어, 다행이야로 바꿔서 말할 때도 있지만, 곧 감사한다라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면서 좋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 나의 하루를 갈무리할 수도 있고, 정말 감사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사랑이 가득 찬 느낌도 들고. 꿈자리가 더 달콤해진다. 악몽을 물리칠 수도 있고, 잠이 더 잘 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함이기도 하고. 커갈수록 이런 감사하는 마음이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계획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긍정심리학(마틴 셀리그만, 2009)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앞으로 2주일 동안 매일 밤 5분의 시간을 마련한다. 되도록 잠자리에 들기 직전의 시간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하루 한 장씩 사용할 메모지 열네 장을 준비한다. ... 지난 24시간 동안의 생활을 돌이켜본 뒤 메모지에 적고, 그 옆에는 자신이 감사해야 할 항목을 최대 다섯 가지까지 적어둔다. 흔한 예를 소개하자면 '오늘 아침에 눈을 뜬 것', '마음씨 좋은 친구들', '내게 결단력을 주신 하느님', '훌륭한 부모님', '튼튼한 신체', '롤링 스톤스' 등이다.

좋은 기억은 긍정적인 감정을 더욱 강화시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위대한 확언(밥 프록터, 2022)을 쓴 밥 프록터 역시 다음과 같이 감사의 힘을 말한다.

"스코틀랜드 소녀가 쓴 '내가 사랑하는 열한 가지'라는 글을 최근에 읽었다. 이 소녀는 매일 접하는 사소한 사건을 즐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1. 낙엽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2. 깨끗한 옷이 주는 느낌
3. 욕조에 떨어지는 물
4. 아이스크림의 차가움
5. 더운 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6. 등산하다 뒤를 돌아서 보는 풍경
7. 입에 넣은 꿀
8. 파이 굽는 냄새
9. 침대에 있는 뜨거운 물병
10. 웃는 아기
11. 새끼 고양이
오늘 시간을 내서 글을 써 보자. 당신이 사랑하는 열한 가지는 무엇인가? 목록을 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긴장이 풀리며, 지금 하는 즐거운 일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는 건 그런 것이다. 일상을 즐겨라!

***
감사는 사람을 경건하게 하고 매일 깨달음을 준다. 이런 경이로움을 느끼는 초월적 순간에 삶과 세상에 대한 경험이 완전히 바뀐다.
감사는 숭고한 영혼을 드러낸다.
감사는 영혼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고 말로 내뱉으면 삶이 더 부유해지는 기분이다. 추천한다. 

나 스스로도 감사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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