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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Mar 07. 2023

14. 행복의 순간 저장하기


 몇 개월 전에 들었던 부모교육은 이렇게 시작하였었다.

 1주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었는데 지난 한 주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사진 찍어서 올린 후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았지만, 의식적으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순간을 인식해야 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이 경험이 굉장히 유의미했었다. 모든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자존감이 높아진 느낌이라고 했었다.


 나는 친한 사람과 밥을 먹었던 사진, 꽃을 선물 받았던 사진, 여행지에 갔던 사진, 4시쯤 글을 쓰고 있는 모니터 화면을 찍었었다. 다른 분들은 커피숍 사진, 여행지 사진, 자신만의 공간 사진, 가족들 사진을 올렸었다.


긍정적 정서를 느끼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어머니와 갓난아이가 교감하는 사랑뿐 아니라 온갖 사랑과 우정의 밑거름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은 나와 공통점이 많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공감대를 형성한 심리학자나 지식인이 아니라 포커, 브리지, 배구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다.

-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2006) 중에서.


 부모자조모임을 하면서 한 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저 흘러갔던 시간들을 이야기해야 하니 내 감정과 사건들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시간일 수도 있는데, 되돌아보니 그 시간 동안 나의 순간순간들을 모으고 내 감정들을 더듬어보고 나를 알아차리는 순간이었다. 내 시간들을 수렴하는 시간들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이것은 글을 쓰는 것으로도 대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연세 70이 다 되어가는 어떤 분이 그런 말을 하셨다.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쳐요. 분명 나는 고개를 끄덕인 것밖에 없는데, 내가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할 때도 있고. 그래서 사람들 모임에도 잘 가지 않게 되고. 전화가 와도 피하게 돼요."


 우리는 왜 대화를 하면서 오해가 쌓일까.

 내가 말한 것과 달리 상대는 나의 말을 해석하면서 듣는다. 자신의 언어로. 언젠가는 어떤 분이 그랬다. 외국인과 만나면 서로의 말에 집중을 하느라 서로를 오해하는 일이 적다고. 상대의 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니 더 집중하고 그 이상의 맥락에 대한 파악을 안 하게 된다고. 아마 그 외국어가 능숙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수도.

 왜 우리는 말을 하면서 오해를 하게 될까. 그저 그 말로만 받아들이면 될 텐데.


 나는 내 안에 있는 내 말들을 오해 없이 잘 새겨듣고는 있을까? 글쎄... 내 속에 굉장히 많은 단어들과 문장들이 뒤섞여서 내 마음이 어떤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자꾸 마음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진짜 변덕일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속의 감정들과 생각들이 뒤엉켜 나도 그 마음을 모르는 상태인 것 같다. 그때가 글을 쓸 기회다. 내 마음이 어떤지... 지금 내가 왜 혼란스러운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파악할 때다. 하나씩 차분히 써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내가 나를 알아봐 주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더 차분해진다.


  이러한 작업은 나에게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내가 그와의 관계에서 왜 불편했는지, 그 말이 왜 나에게 자극이 되었는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쭉 쓰다 보면 내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토닥여 주어 흥분했던 마음도 가라앉는다.


 무언가 수다를 떨고 싶거나, 억울해서 하소연하고 싶다거나, 심심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에도 글을 써보자. 글을 쓸 때, 위로와 쾌감을 느껴보자.



 그리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지금 이 순간 짧게라도 기분이 좋을 때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자. 

 먹고 있는 음식이든, 풍경이든, 내 신발이든, 내 손이든... 기억할 만한 사진을 찍어서 같이 기록해 보자.

 그리고 행복한 순간이 담긴 사진들을 다시 보며 그 행복감을 꺼내서 한 번 더 전율을 느껴보자. 좋다. 그 행복감이. 오래도록 짜릿하게 이어진다.



좋은 기억은 긍정적인 감정을 더욱 강화시켜 행복을 느끼게 한다. 
--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200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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