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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패왕 Sep 01. 2022

초한지 - 현자냐? 강자냐? 강자인 현자냐?

이상적인 황제,  이상적인 국가는 존재하는가?

     

 이 영화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근거하여 중국 진나라(BC221- BC206)의 멸망과 한나라의 건국 과정 속에 한 고조 유방과 초패왕 항우의 우정과 대립 투쟁을 그린 영화이다아울러 유방의 책사 장량과 항우의 책사 범증의 지략대결도 흥미진진하다주의할 점은 이는 극적 요소를 강조하는 영화이므로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1. 사마천의 사기-( 나무위키 참조)

사기는 역사적 사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는 편년체가 아닌각 사건과 인물을 개별적으로 따로 기술하는 기전체 형식으로 서술된 최초의 역사서다이후 분열기를 통일한 통일 왕조를 서술하는 데에 있어 기전체의 장점이 부각되어중국 정사 24사를 비롯하여 고려의 삼국사기조선의 고려사》 등이 모두 기전체로 쓰였다특히 사기는 사서로서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문장력도 뛰어나 문학작품으로서 완성도 역시 대단한 수준이다.

사마천은 저술의 동기를 '가문의 전통인 사관의 소명 의식에 따라 춘추를 계승하고아울러 궁형의 치욕에 발분하여 입신양명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저술의 목표는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구명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관하여 일가의 주장을 이루려는 것'으로 각각 설명하는데전체적 구성과 서술에 이 입장이 잘 견지되었다.     


2. 이 영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영화는 진나라 말기의 무정부상태 하의 극도의 혼란상을 그렸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인간의 자기보존과 이기적 본능에 기반한 투쟁을 그린 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항우와 유방이 통일제국의 황제가 되겠다는 동일한 욕망 아래 각 진영의 전략 전술 대결(이성의 대결)이 자못 흥미롭게 펼쳐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영화는 욕망에 봉사하는 이성의 모습즉 이성은 욕망의 노예라는 것을 입증하는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항우는 봉건왕족 출신유방은 평민 출신이라는 점에 비추어 이 영화를 평민과 귀족간의 계급투쟁을 그린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또 이 영화를 유교 도덕의 관점에서 보면 두 사람의 욕망과 의리 배신같은 도덕과의 갈등을 그린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황제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시대정신을 읽고 실천하는 사람만이 천하의 대권을 쥘 수 있는 것이다시대정신이란 이상적인 황제상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강자의 이미지인 항우와  현자의 이미지인 유방은 이에 맞추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영화는 항우와 유방의 투쟁을 통해 당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3.이 영화의 쟁점

1) 이 영화의 근거는 사마천의 사기이다. 2000년 전의 역사라는 점에서 사기의 객관적 진실성이 문제가 된다이와 관련하여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이상적인 황제는 누구인가?

 무엇이 유방과 항우의 승패를 갈라 놓았는가를 짚어 보는 것도 지금의 우리에게 무척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얼핏보면 둘의 대립은 마키아벨리스트 대 도덕군자의 대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항우와 유방의 승패, 강자와 현자의 이항대립에만 그치지 않는다.  항우와 유방의 우정과 투쟁을 통해 서로의 결핍을 인지하고 통렬한 반성을 통해 인격의 완성으로 향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강자에서 현자로 전화,  현자에서 강자로의 변화속에 제국의 운명이 달라짐을 그려낸다. 이런 점에서 이영화는 단순 오락영화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마치 둥그런 네모를 찾는 것 처럼 현자이면서 강자가 되고픈 항우와 유방의 욕망과 인품을 조명하며 참 황제의 조건을 탐색한다. 이처럼 영화는 욕망과 이성이 조화로운 이상적인 황제상을 제시하고  그것이 실현 가능한가 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3) 바람직한 제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 

   영화는 장량과 범증의 대립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지만 일방의 승리, 일방의 궤멸을 가져오는 묘책에는 명백히 반대한다. 결국  모두가 패배하는 술책을 제시하는 범증에 휘말려 버린 유방의 한계를 뼈아프게 지적하고 장량의 자책을 통해 모두가 승리하는 묘책은 없는지 묻는다.  영화는  항우와 유방 모두가 패배했다고 규정한 것이다. 제로섬게임을 배격하고 WIN-WIN의 길을 찾는 묘책이 없었는지를 반성해 본다.  참다운 제국을 건설하고픈 감독의 열망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이처럼 영화는 이상적인 황제상, 이상적인 인간형, 이상적인 제국, 이상적인 나라, 이상적인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항우와 유방이 이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진나라, 한나라가 이에 적합한 이상적인 나라인가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이와 관련하여 이상적인 황제의 이데아는 진정 있는가플라톤의 이상국가론과 마키아벨리즘을 살펴보기로 한다  


 4) 항우는 결국 유방에 무릎을 꿇는다항우가 이길 수는 없었는가그의 패배는 그의 책임인가아니면 필연적이었나이 문제는 역사에 자유의지가 있는가아니면 역사는 결정되어 있는가와 관련되어 있다이점과 관련하여 결정론과 자유의지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4.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의 관계     

이 영화는 원작인 사마천의 사기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사마천은 개인(주관)이고 사기는 역사적 사실(객관)이다여기서 사마천과 사기의 관계즉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주관과 객관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이는 역사적 사실의 객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착된다이에 대해 객관주의와 주관주의해석학의 대립이 있다사마천의 사기는 이중 어느 학설과 관련이 가장 깊을까?     


<1> 객관주의실증주의사관

1) 역사적 사실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이 역시 자연 사실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법칙에 따라 진행되는 인과 필연 법칙이 적용된다고 한다.(역사적 결정론따라서 후세의 역사가는 자신의 주관을 버리고 객관적 사실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세기 독일의 랑케는 역사란 과거의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며역사가는 '자신을 숨기고 역사적 사실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역사적 사실 역시 자연적 사실과 마찬가지로 필연성을 가진 현상(원인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가능하며역사적 사실을 수집하여 귀납적인 방법으로 일반적인 법칙을 수립할 수 있다     


2) 한계

실증주의는 역사적 사실을 인간이 자의대로 해석하려는 계몽사상가들의 방법을 물리치고자 하였다그러나 자칫하면 역사적 사실이 가진 우연성이나 개별성까지도 과학적 법칙의 부산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의 일반화 혹은 객관화를 성급하게 완수하려는 이런 입장은 자칫 과거의 자료만 들추어내는 고물상으로 전락하고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과소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이들에게 사실은 풍부한데 사상은 빈곤하다또한 역사적 결정론의 최대 단점은 의지의 자유가 없다면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2> 주관주의관념론

1) 역사적 사실은 일종의 정신적 현상으로서 자연과학적 방법으로 법칙화 할 수 없는 우연의 사실일 뿐이다이는 정신과학적 방법을 통해서만 이해 할 수 있는 주관적 체험의 현상일 뿐이므로 역사가의 개입은 당연한 것이다. 20세기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오늘의 역사'라고 주장하여 역사의 주관적 기술을 강조했다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 시각에 따라 역사(기술)는 달라진다고 하였다.

이는 역사적 현상이 가진 고유성과 개체성이 일반적인 과학적 법칙에 의하여 손상당함으로써 본질이 사실에 의해 날조되는 그릇된 역사관을 차단하려는 입장이다.     


2) 딜타이-이해

자연과학이 설명의 학이라면 정신과학은 이해의 학이다역사적 현상은 자연현상과 달리 삶의 표현이고 역사란 추체험(사후체험)을 통하여 삶을 이해 하는 것이다시이저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역사적 사실은 단순히 자연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추체험의 과정을 통하여 의미를 읽어내는 이해의 대상이다그러므로 역사적 현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설명이 아니라 이해이다.     


3).콜링우드-감정이입

모든 역사는 사상의 역사이다.”라고 주장하는 콜링우드는 역사적 사실은 역사적 행위자 내면에서 비롯된 의도적이고 정신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통하여 역사적 행위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본질을 읽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것은 지나간 역사적 사실을 현재의 눈으로 다시 읽어 내는 작업이다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사건이 아니라 역사가에  의해 재현된 사상적인 산물이다이와 같이 역사적 사실은 그 자체로서 절대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후세의 역사학자의 마음속에 재현된 사건으로서 의미를 갖는다이것은 바로 역사적 사실의 주관화라는 성격을 띤다.     


<3>해석학적 접근상호주관성

현재와 과거를 전통에 의해 연결되는 연속체로 규정하는 해석학은 해석자의 주관적인 활동인 이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 활동은 역사적 사실인 전통의 객관성에 구속되어 있다는 상호주관성을 전제하고 있다.     

1) 가다머

가다머는 과거의 전통은 현재와 독립해 있는 사실이 아니라 현재를 이루는 지평으로 주어져 있고 이 지평을 통해서 현재의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즉 과거의 역사적 사실은 이미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사로서 작용하고 있으며이 과거가 현재에 가하는 영향속에서 비로소 역사의식이 구성 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즉 전통은 현재의 모든 역사 의식을 가능해 주는 선입견으로 주어져 있으므로 역사가는 이에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가의 해석은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읽어내는 생산적 활동이다.     


2) 의미 및 평가

 실증주의는 어떠한 역사적 사실도 이미 그 이전의 전통에 의해 조건 지워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즉 영향사의 효력이 이들에게는 고려되고 있지 않다하지만 무 전제무편견의 해석은 가능하지 않다모든 과학적 해석에 조차 이미 선입견이 깔려있다과거의 전통이 영향사적 의식으로서 근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 과학이든 비과학이든 모든 학문에 전재로서 주어져 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지평과 해석자의 지평사이에서 일어나는 융합의 과정이 바로 해석인 것이다설명은 이해를 명백히 하는 것이고 설명은 이해를 통해 완전하게 되는 것이다이는 딜타이에 의해 구분된 이해와 설명의 경계점이 허물어 진다상호주관성이란 주관적 자아이면서도 공통된 경험생활의식공통가치에 구속되는 주관성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해석학적 역사 이해는 주관에 의한 의사소통적 이해와 전통에 의해 전승되어 온 객관적 사실을 보편적을 통일 시키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실적 객관성에 묶여 있는 역사주의를 극복하려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4> 사마천(역사가)과 사기(역사의 관계)- 나무위키 참조

사마천이 궁형이라는 치욕을 감내하면서까지 쓴 책으로도 유명한데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고자로 만든 한무제를 비판했다사실 한무제에게 공격이 집중되긴 했지만 역대 중국 왕조와 비교하며 한나라 자체도 매우 비판한 편이다다만 현재의 황제를 비판한 부분은 후세의 가필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사기의 신뢰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상나라(은나라관련 기술이다상나라는 사마천이 살던 시기인 전한과도 천 년 가까운 간격이 있던지라 사기에 서술된 상나라 기술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었다그리하여 이전까지는 상나라는 전설 속의 왕조이고거기 사기에 나오는 왕이나 사건들은 모두 지어낸 거짓말이나 구전으로 떠돌던 신화나 전설을 사마천이 집대성한 걸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그러나 20세기에 상나라의 수도였던 은허에서 발굴된 갑골문에 나타난 상나라 왕들의 이름과 순서가 사기의 기술과 거의 일치하여 사기의 상나라 관련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높은 신뢰도에 대한 반박도 있다예컨대 조고와 승상 이사가 진시황의 후계를 두고 작당을 하고 음모를 꾸밀 때 유서 조작 같은 자세한 내용까지(사구정변사기에 적혔는데대체 그 둘이 음모를 꾸미는 줄 어떻게 100년 뒤에 적힌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알고 그런 글을 실었겠는가이 외에도 각종 사건에 마치 소설같이 서로의 대화 내용까지 적혔으니그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비판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현대 역사가들은 사기를 단순한 사서가 아닌 태고부터 춘추전국시대를 지나한무제까지의 오만군상의 인간상과 사마천 본인의 개인적 고뇌가 담긴 인간학의 저서로 평가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사마천의 사기는 주관주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영화 역시 사마천의 사기를 감독이 자신의 의도에 맞게 각색한 것이므로 주관주의의 관점이 실증주의 관점보다 설명하기에 용이할 것이다          


              

5. 이상적인 황제는?

1) 시대적 배경- 진시황시대

현자라기 보다는 강자중의 강자의 전형을 보여준 진시황은 춘추전국, 6국을 점령하고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운다. 그는 법가사상을 기반으로 도량형 통일, 분서갱유를 통한 사상통일, 흉노족을 대비하기 위한 만리장성 축조, 왕릉구축등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독재정치를 구사한다. 이러한 진시황은 도덕군자라기 보다는 마키아벨리즘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인물에 가깝다. 통일왕조 30여년 만에  진시황의 독재에 염증을 느끼던 기존의 춘추 6국은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이에 초나라 출신 항우와 한나라 출신의 유방이 도탄에 빠진 중국 민중을 구하겠다고 진나라 타도를 외치고 거병을 하게된다. 


2) 만남

 영화는 진나라 타도라는 공동목적에 항우(풍소봉)와 유방(여명)이 연합군을 결성하는데 부터 시작한다. 그 계기는 우희(유역비)로 부터 비롯된다. 우희는 진나라 관리 앞에서  비파를 타며 노래를 부른다. 

-보슬비에 꽃은 다시 피어나고/-작은 누각에 봄바람 살랑이는 /-나의 집은 별천지라네

-우산하나 오롯이 당신을 기다리니/-이 얼마나 아름다운 고향풍경이리오-

진나라 관리 앞에서 우희는 망해 버린 초나라 노래를 부른 것이다. 이에 격노한 진의 관리가 우희를 욕보이러 하자 항우가 나타나 우희를 보호해 준다. 이에 격분한 진의 관리들이 항우를 공격하였고 또 이때 유방이 나타나 항우와 함께 진의 관리를 물리친다. 이렇게 항우와 유방은 친구가 되고, 항우와 우희는 연인이 된다. 

3) 강자 VS 현자

 초나라 출신 항우는  귀족 가문,  금수저 출신으로 용맹하고 강한 자의 표상으로 그려 진다.  황제가 되겠다는 욕망을 실행하는데 있어 오로지 약육강식의 법칙에만 의존한다. 그리하여  그 누구보다도 용맹하고 전투력이 뛰어난 항우는 단숨에 예전의 초나라를 장악하고  수백만 병사의 지휘자 된다.  하지만 그에게 따뜻한 가슴, 인이나 덕같은 유교적 소양이 부족하기만 하다.이처럼 호랑이 처럼 힘자랑만 하는 항우는 결국 자기 중심주의에 빠지고 신하들을 물건 취급하게 된다. 또 다른 진시황에 다름아니며 도덕군자라기 보다는 마키아벨리즘이 몸에 익은 자이다. 이에 불만을 품고 불세출의 영웅 한신은 그를 배신한다. 또한 3대째 자신의 가문을 위해 봉사했던 범증을 믿지 못하고 그의 충성심을 시험해 보고는  결국 그를 내쫒고야 만다. 영화는 이처럼 현자가 되지 못한 강자 항우의 결핍을 아프게 지적한다. 


 옛 한나라 출신의 유방은 농민출신, 흙수저 출신으로서 반란군을 조직하여 항우와 연합하고 진나라에 대항한다. 유방은 사슴처럼 부드러운 예의와 겸양을 갖춘 유교적 현자로 그려진다. 건방을 떨며 시험하려 드는 장량을 예를 갖추어 자신의 책사로 임명하고, 항우로 부터 투항하는 한신에게 그가 제시하는 조건들을 수용하며 자신의 부하로 맞아 준다. 또한 자신의 오랜 부하인 소하 번쾌등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한다. 양보 예의 겸양 존중의 미덕을 갖춘 유방은 현자일 망정 강자가 되기에는 아직 결단력도 용기도 추진력도 아직은 요원하다. 


 감독은 강자 또는 현자 만으로는 아직 제국의 황제가 되기에는 미약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영화는 강자이자 현자, 현자이자 강자, 사슴같은 호랑이, 호랑이 같은 사슴이어야만 거대한 제국을 통치할 황제의 자격이 있다고 본 듯하다. 



6. 이상국가와 마키아벨리즘

여기서 이상적인 황제이상적인 국가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걸까이에 관해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이상국가의 요건아울러 현실정치를 논한 마카아벨리즘을 살펴보기로 하자     


<1> 플라톤의 이데아론

플라톤은 원본없이 사본없다는 전제에서 영원하고 완벽한 존재의 세계인 이데아론을 주장한다현실의 삼각형은 완전하지 않다현실적으로 삼각형을 아무리 정확하게 그린다고 해도 어느 하나도 완전하게 그려 낼 수 없다그것은 이미 한 변의 직선마저 완전하게 긋지 못하기 때문이다현실의 삼각형은 사본이고 가짜이다.  따라서 원본인 완전한 삼각형은 존재한다.

 수학의 대상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완벽하게 착한 사람은 없다모든 면이 아름다운 여인은 없다이처럼 현실의 모두가 사본일 뿐이다따라서 어딘가에 원본이 있다()()용기의 이데아라는 것도  틀림없이 존재한다이 미의 이데아를 현실의 개체가 나누어 가질 때 비로소 아름다운 개체가 된다즉 미의 이데아는 아름다운 개체의 원인이다이는 감각경험으로는 알수 없고 이성의 눈으로 보아야만 한다

 사람의 영혼은 원래 이러한 이데아계에 있었는데 육체를 갖추고 이데아를 망각하여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그는 말한다그러므로 진··미를 인식하는 것은 영혼이 원래 살던 이데아계를 상기하는 것과 같다는 상기설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플라톤에 의하면 이상적인 황제의 이데아도 존재한다현실의 세계는 불완전한 황제 뿐이다그럼 이상적인 황제와 이상적인 국가는 어떤 모습일까이와 관련하여 플라톤의 이상국가론맹자의 왕도정치론그리고 마키아 벨리즘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이상국가론철인 정치론

플라톤의 이상 국가론은 그의 영혼론이데아론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영혼은 이성기백욕망으로 나눌 수 있다.  국가도 이러한 영혼의 상태에 따라 세 계급으로 나누어져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정의가 실현된다이성에 해당하는 통치계급(철학자)은 지혜로서기백에 해당하는 수호계급(군인과 경찰)은 용기로서  그리고 욕망에 해당하는 생산계급(농민과 수공업자)은 절제로서 각기 스스로의 의무에 충실할 때 정의가 발생한다

영혼의 세 부분처럼 국가의 세 계급도 서로 같은 관계에 있어야 한다이성이 욕망을 지배하는 것처럼 통치계급이 생산계급을 지배해야 하고 의지가 이성과 우호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군인과 경찰은 통치자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능력에 따라서 국가의 시민들은 세 계급으로 분리된다물론 노예는 여기서 제외된다.

이를 위해 지배자 계급은 스스로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소유나 사랑과 같은 개인적인 욕망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플라톤은 통치계급이 사유재산이나 가족을 갖지 않아야 된다고 강조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이들의 탈선을 억제하고 있다소유욕과 가족에 대한 배려가 때로 이기심을 조장하여 국사를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철학자 뿐이다고로 철학자가 국가를 지도하여하야 한다.(철인 정치론)     


<3> 맹자의 왕도(王道)정치

맹자는 백성들이 안정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군주의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태도로덕과 인격을 통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유학과 맹자의 이상 국가도달 방법인 셈이다

 원래 왕도란  치우침이 없는 공정함을 의미했다하지만 공자가 이상적인 인간과 정치의 목표로 인()을 제시한 이후 인정(仁政)이 왕도 정치의 핵심으로 위치하게 된다이후 전국 시대에 들어 제후들의 각축전이 확대되는 것을 본 맹자는 힘과 무력을 통한 패도(覇道정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인정(仁政)을 내용으로 하는 왕도 정치를 주장하였다특히 맹자는 왕도 정치 실현을 위해 백성들이 기본적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군주가 백성들의 안정된 생업을 보장해 주고 이들을 덕으로 감화시킬 때 진정한 왕도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맹자는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토지 제도와 세금 제도의 개혁전쟁의 자제백성들의 사정에 따라 처벌의 정도를 구분할 것 등을 주장했다.     


<4>마키아벨리즘     

1)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권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하여 여우와 같은 간사함과 사자와 같은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으며신의가 두텁고 종교심도 많으며 인격도 고결한 사람처럼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하였다또 그는 로마사론에서 국가창건이라는 결과를 실현하기 위한 비상수단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이처럼 그는 권력과 도덕을 분리 시킨다플라톤과 맹자와 다른 점이다마키아벨리는 아주 뚜렷하고 명확하며 좋은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경우 상대적으로 가벼운 도덕적 가치는 포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마키아벨리는 단지 권력을 획득하는 문제는 선 악과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동은 고귀한 동기가 아니라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통적 도덕 관념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던 권력자들이 종종 재난을 초래했던 반면도덕 규범을 어겼던 권력자들은 도리어 시민의 삶을 개선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많은 사람들을 거느리는 지도자는 반드시 그 행동의 동기보다 그 행동의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2) 마키아벨리즘

마키아벨리즘이란 일반적으로 국가의 복리증진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된다는 국가 지상주의적인 정치 이념을 뜻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국가의 운영이나 일반적인 행위에서 속임수와 표리 부동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윤리의 규범으로부터 현실정치의 해방을 지향하는 사고방식으로이 사상은 근대적인 국가관이나 정치학의 출발점이 된다절대왕정 시대에 군주나 정치가가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권모술수를 다하는 것을 마키아벨리즘이라고 부르게 되어서 그와 같은 정치이념·체계·방법 일반을 가리키게 되었다     

<5>표면상으로 해석하면 플라톤과 맹자에 의하면 이상국가를 위해 현자가 필요하나 마키아벨리즘에 의하면 강자가 필요한 셈이다.하지만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면 표현은 서로 다르나  플라톤과 맹자마키아벨리 모두 군주직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자인 현자현자인 강자를 원한다고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영화속  유방은 현자로 그려지고 항우는 강자로 그려진다하지만 감독은 강자인 현자현자인 강자를 원하는 듯 하다강자인 현자현자인 강자만이 이상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강자인 현자가 현자인 강자가 현실에 있는가의 문제가 남지만 말이다     





7. 초-한 대전


1) 유방의 변신

 반란군에 합류한후 유방은 항우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다. 연합군 대장 회왕은 유방과 항우를 갈라놓기 위해 술책을 부린다. 먼저 함양(진의 수도)에 입성하는 사람을 진의 왕에 봉하겠다는 명을 내린다. 이에 항우는 자신이 함양에 입성하기 위해 유방에게 자신의 애첩인 우희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라고 명령을 내린다. 

이에  소하 번쾌 하후영등은 유방에게 함양에 진격할 것을 강력 건의한다. 사실상 항우를 배신하고 전면전을 치루자는 것이다. 이에 번민하고 숙고하던 유방은 드디어 결단을 내려 함양으로 진격한다. 그는 강자가 되고 싶은 현자, 강자인 현자로 변신을 꾀한다. 유방도 결국 권력욕이라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었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강자로 등극한다. 그는 거침없이 함양에 입성하여 진의 마지막 어린 황제의 항복을 받아낸다. 


 2) 홍문의 연회

 항우는 아직 현자가 되고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결핍에 대한 반성은 없다. 자신이 최고의 강자라고 느끼기에 타인의 욕망을 욕망할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것이다. 그저 매사를 강공 일변도로 대처한다. 항우는 자신의 명을 어긴 유방에 대노하여 함양을 점령하고자 나선다. 허나 오랜 책사인 범증은 성안의 백성을 살상할 수도 없고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항우를 만류한다. 범증은 회왕 암살하고 그 책임을 유방에게 뒤집어 씌울 묘책을 제시한다. 이에 항우는 범증의 술책을 받아들이고 유방을  홍문연회에 소환한다.  군사력에서 열세인 유방은 이를 수락하고 홍문의 연회에 참여한다. 

 홍문의 연회에서 항우는 유방의 사죄를 받는다. 진의 옥쇄와 함께 충성 맹세를 받아낸다. 범증은 이자리에서 유방을 죽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범증은 유방을 제거할 마지막 기회로 본 것이다.  유방과 장량은 모든 굴욕을 참아내며 시간을 끌며 한신을 기다린다. 유방은 참을성 있게 사슴의 길을 걷는다. 항우가 유방을 죽이려 하는 순간, 한신이 나타난다. 한신은 범증이  보낸 자객으로 부터 회왕을 구해주고 그의 어명을 가지고 홍문의 연회에 도달한 것이다. 한신은 연합군 대장 회왕의 명을 전한다. 유방은 함양을 떠나 한중으로 가라. 나 회왕은 항우를 진나라의 왕에 봉할 것이다, 즉 항우를 초패왕에 임명함과 동시에 유방을 살려 줄 것을 명한 것이다. 항우는 회왕의 이 명령을 준수하고야만다. 이것이야 말로  항우의 최대의 패착이다. 강자가 강자의 길을 가지 않고 유약하고 초라한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현자가 되지 못한 항우는 강자의 길마저 포기해 버린 최악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유방은 갖은 굴욕을 견디며 현자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이로서  유방은 기사회생하였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홍문의 연회에서 살아난 유방은 항우의 실책을 영원히 잊지 않았다. 대망을 품은 장수를 살려주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절실하게 느낀 것이다. 항우는 범증을 살해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장량을 인질로 잡아놓고 유방을 변방의 맹주로 쫒아 버린다. 

3) 시대정신

인질로 잡혀 항우에게 충성을 맹세한 장량은 즉시 통일제국의 황제가 될것을 요구한다. 이에 범증은 반대한다. 제후세력이 유방의 편을 들거라는 이유에서이다.  범증은 시대정신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진시황의 독재에 시달리던 중국 민중의 이상적 황제상은 마키아벨리즘을 옹호하는 강자가 아니라 도덕정치를 실현할 현자임을 간파한 것이다. 제후들이 폭군에 가까운 항우편을 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항우는 진시황과 다름 없는 독재자로  유방은 새시대를 담당할 자격있는 현자로 본 것이다. 호랑이 보다는 사슴, 사슴같은 호랑이 보다는 호랑이 같은 사슴이 시대정신을 반영한 황제의 자격인 셈이다. 그리하여 범증은 아직 철이 덜든 젊은 항우에게 현자의 기질을 갖출 것을 요청하지만 호랑이는 귓전으로 흘려 들을 뿐이다. 

장량은 계속해서 항우에게 황제로 등극해야 함을 역설한다. 유방과 제후세력을 제압할 힘이 있다고 주장하며 범증을 시험해 보라고 한다. 귀가 얇은 항우는 장량의 이간책에 놀아나  3대째 충성을 해온 범증을 내쳐 버리고 군대를 일으켜 전쟁에 돌입한다. 범증의 예측대로 제후세력은 항우의 편에 서지 않고 유방의 편에 선다. 


4) 사면초가(四面楚歌)- 항우의 뒤늦은 변신

 유방과 제후 연합군에 연전 연패한 항우군은 오강에서 최후의 진을 친다.  연합군은 항우를 포위하고 심리전을 펼친다. 피리와 악기를 동원해 초나라의 노래를 연주한다. 사면에 초나라 노래 뿐이다. 이에 초나라가 고향인 항우군대는 눈물을 흘리며 항복을 하는 병사가 속출한다. 그제서야 부하에게 냉혹했던 항우가 변신하기 시작한다. 항우는 떠나는 병사들을 붙잡지 않고 격려한다. 한형제였음을 잊자 말라며 그들을 감싼다.  범증이 그토록 원했던 현자의 모습을 이제야 갖춘 것이지만 강자의 기세를 잃어 버린 자의 마지막 연민일 뿐이었다. 


5) 패왕별희

항우는 투항하라는 유방의 회유를 거절하고 끝까지 항전한다. 우희 역시 도망 가라는 항우의 명을 거절하고 항우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한사람만을 사랑하는 지조와 정절,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영원 불변성, 함께 죽고 함께 산다는 목숨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사랑이야 말로  참 사랑의 표본이라는 듯 영화는 둘의 최후를 애절하게 묘사한다. 

8. 항우가 승리할 수는 없었는가?

이는 역사가 결정되어 있는가아니면 자유의지로 바꿀 수 있었는가?의 문제이다

1) 역사적 결정론

실증주의자들은 역사속에 우연적인 사건들과 자유 선택적 행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유형이나 법칙을 발견하고 있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착각일 뿐이며 비록 밝혀낼 수 없지만 원인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롭고 선택적인 행위로 보이는 모든 행위도 사실은 그것을 결정하는 생물학적 및 사회 심리학적 요인에 의해 이루어지며 사람이 신중하게 선택해서 취하는 행위도 결국은 강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자유에 의한 선택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일 우연적 행위나 자유가 존재한다면 역사나 사실은 법칙화 시킬 수가 없다그래서 실증주의자들은 우연적 행위와 자유의 존재를 부인 하는 것이다.          


2)자유의지론- 비결정론

인간사에 항상 새로움이 출현하고 그 행위의 우연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따라서 인간 역사에 있어서 이른바 필연적인 발전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인간사는 예측 불가하고 설명 불가하기 때문이다만약 역사를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역사는 항상 진보해야 하고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정론에 의거하면 우리는 어떤 역사적 책임도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 시킬 수가 없게 된다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진다이것이 결정론의 가장 큰문제이다.


     


9.  참다운 제국은?  

1) 유방의 변질 - 왕도에서 패도로

현자에서 강자로, 아니 호랑이 같은 사슴,  즉 강자인 현자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유방은 통일제국의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과정에서의 트라우마는 그를 괴롭혀 왔다. 항우의 부하로서 충성맹세 했다가 항우를 배신함으로써, 홍문의 연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으로써 황제가 될 수 있었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극진한 충성을 맹세한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무의식에 각인 되고 말았다. 황제권력은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제로섬게임이라는 것이라 믿었기에 그는 권력을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배신의 트라우마가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2) 범증의 계략- 모두가 실패하는 전략- 토사구팽(兎死狗烹)

불안에 떨던 유방은 범증의 계략에 걸려든다.  범증이 유서처럼 남긴  마지막 술책을 입수한 유방은 대노한다. 한신, 소하, 장량이 항우와 내통하여 유방 자신을 치고야 말것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입수한 것이다. 유방이 보통의 현자였다면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고 대수롭게 흘려 버렸을 것인데 배신의 트라우마에 떨고 있던  유방은 그것을 사실로 믿고는 대대적인 숙청작업에 들어간다. 그 유명한 토사구팽이다.  이에  유방은 넘어가고 소하와한신 장량을 처단한다. 범증은 모두가 패하는 술책을 쓴 것이고 유방은 어리석게 이에 말려 든 것이다. 

10. 맺으며

영화는 참 황제의 자격으로 강자인 현자를 제시하고 이를 유방과 항우에 대입해 본다. 용맹만 앞장세운 항우는 그 자격이 없는 반면 현자의 모습에서 강자의 품위까지 배우고 체득한 유방에게서 그 황제의 자격을 읽는다. 하지만 집권후 현자의 모습을 잃어 버리고 의심병이 든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남아 충신을 믿지 못하고 토사구팽해 버린 유방에게서 제국의 실패를 본다. 제로섬게임을 해버린 유방을 비판하고  WIN-WIN의 길은 없었는지를 아프게 되새김질 하고 있다. 

 이처럼 강자인 현자를 찾는 것은 동그란 네모를 찾는 것일까?  이는  양자세계의 위치와 속도의 딜레마 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가?

이 영화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두고 두고 되새겨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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