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밀도 있게 일했다'
'안녕하세요.
영어 회화 oo 수준이며,
독해 및 reading oo 수준으로 판단합니다.'
오늘 첫 카톡을 출근길 지하철에서 보낸다.
저번 주 채용 제안이 왔다. 외국계이기도 하고, 요즘 점점 더 계약직의 설움을 느끼며 정규직 채용 건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던 중 나를 사로잡는 제안이었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고민은 최종 합격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여 제안을 수락했다. 이력서를 보내자 영어로 업무를 해야 하기에 영어 수준을 묻는다며 연락이 왔다.
답장을 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칠 뻔했다. 직전에 정신을 차려 다행히 출근에 늦지 않았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여기에 정말 내 자리는 없는 걸까? 담당업무, 업무환경 등 마음에 드는 것이 많아질수록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난 직감적으로 느낀다. 이 자리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은 아침에 자리에 앉자마자부터 하루 종일 바빴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바쁘지 않았다면 채용 제안 건으로 머리가 복잡하여 업무 실수도 더 많이 했을 것 같다.
첫 회사는 특정 시간에 일이 몰아치는 곳이었는데, 그때 동기 언니가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아 오늘 진짜 참 밀도 있게 일했다.'
오늘의 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