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신으로 참가했다가 덜컥 메달을 따버렸다. 그게 나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개인 노트북을 꺼내 세팅한다. 이따 오후에 있을 면접을 위한 준비이다. 지나가면서 의아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상관없다. 오후에 면접 준비를 위해 핫스팟을 연결해보는데 쉽지 않다. 회사의 통신보안이 철저해서 그런가..! 당황했지만 20분 정도 소요 후 문제를 해결하고 한시름 놓는다.
오전, 업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내가 자리를 비울 시기에 팀원들이 적당히 자리를 지켜줘 빈자리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않기를 바란다.
오늘 점심은 부사장님과 함께이다. 함께하게 된 사유를 물어보자 옆자리 책임님이 새 로오 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내가 새로왔을 때 이러한 식사자리는 없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중에도 내가 새로왔고 그 후 식사가 없었다는 것조차 모르셨고, 신경 쓰지 않는 듯하였다. 내가 정규직이었다면 이런저런 말을 걸며 어색한 분위기를 여유롭게 헤쳐나갔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감히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나라는 존재가..
오후부터는 혼자만의 첩보작전이 펼쳐졌다. 내 파트의 사람들이 자리를 채워줬으면 좋겠는데, 하필 외근 시간과 애매하게 겹친다. 그들이 최대한 빨리 들어오고 내가 최대한 늦게 나간다면 가능할 텐데..!
결국 내가 가야 할 시간까지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예약해둔 회의실로 갔다.
입사 2개월 차가 회사 회의실에서 이직 면접을 보다니..
난 정말 간이 큰가 보다. 사실 행동하는 건 쫄보인데 한 가지 마음먹으면 처음 시작하는 추진력은 좋은 가보다.
나는 원래 퇴근길 지하철에서 하루 일과를 기록한다. 어제는 고민이 많은 나를 더욱 고민에 빠지게 한 사건이 있어 퇴근길 일기를 적지 못했다.
여기서부터는 출근길 지하철 일기이다.
어제 면접을 보고 퇴근 즈음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본 팀장님의 피드백이 왔다는 말이었다. 나를 좋게 봤고, 다음 예정이었던 CFO 면접 없이 팀장 전결로 채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면접 전까지만 해도 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굳건했다. 나는 단지 올림픽 정신으로 참가에 의의를 두었다. 그런데 덜컥 메달을 획득해버렸다.
면접을 보면서 나의 짧은 경력과 잦은 이직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왔다. 이 면접을 통해 내가 계약직에서 끝나고 마주할 현실에 대해 미리 맛 본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주변 지인에게 조언을 구해본다. 의견이 엇갈린다. 더욱 혼란스럽다.
사무실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았다. 굴러다니던 모니터를 받은 나의 모니터는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그렇다. 내 자리는 계약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