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vecO Nov 08. 2022

나를 믿자

지난 며칠간의 고찰 끝에 얻은 결론 '나를 믿자'


나는 나를 믿어야 하는 사주라고 한다. 그래서 나를 믿어 보기로 했다.



 이번 주 내내 검증으로 정신이 없다.

 검증은 우리 회사가 어떤 제도를 법적 기준에 맞게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제삼자를 통해 받는 것이다. 검증심사원이라고 함은 제 3자 검증을 수행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며칠간 검증심사원과 검증을 다니며 현장을 방문했다. 딱히 특별한 공정이 있는 업종은 아니라 계측기나 장비가 있는 현장을 주로 방문했지만 사무실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할 때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과거 철강업종 현장검증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위험한 공정이 많은 철강업종 현장을 보는 게 무서운 것보다 내가 저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현장업무가 적성에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이를 지긋이 먹은 심사원님들과 함께 다니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업무적으로나 업무외적으로나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 업무적으로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을 사례로 설명해주셔서 더욱 좋은 교육의 현장이나 다름이 없다. 내가 많이 아는 것 같아도 아직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또한 업무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저 나이대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익숙하구나' 라며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그렇게 검증기간 내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검증 마지막 날 식사를 함께하며 심사원님이 나에 대해 물으셨다. 나의 경력에 대해 물으셨다. 내가 간단히 대답했다.

 '어휴 여기서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네'

내 말을 들은 검증심사원님이 답해주셨다.


 맞다. 사실 나는 검증이 완료된 건을 제도를 규제하는 입장에서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역할을 했다. 현장에 대한 지식은 부족할지 몰라도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내가 지일 높을 수 있다.

 최근 면접을 보고 내 경력의 현실, 문제점을 지적받아서 그런지 한 껏 주눅 들어있었다. 이력서에 이력이 많다는 이유로 나라는 사람은 일관성 없고 끈기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면접에 참여했던 팀장이 다그친 것과 같이 짧은 경력에 회사만 옮겨다닌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심사원님의 저 말을 듣고 나니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낮은 연차에 팀장 자리에 앉게 된 것, 팀장으로서 팀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인도한 것, 밤을 새워 자리에 앉아서 팀원들을 위해 고민한 것.

 이력서만 보면 표면적으로는 내가 그렇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말을 걸면 당황한다. 나 자신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의 의견에 확신하지 못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업무를 이 정도 깊이 있게 경험한 사람은 내 주변에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의견에 확신을 가지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여전히 혼란스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