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이 없어 보이는 이유 두 가지
1.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서
2. 말을 한 번 시작하면 머릿속에 생각들이 쏟아져서
이번 주 시작부터 팀원들이 들떴다. 팀장이 수요일에 출장을 가기 때문이다. 다들 이 날 만을 기다렸다고 말한다. 팀장이 없는 날은 흔치 않아서 다들 재택 하지 않고 사무실로 출근해서 자유를 즐길 것이라고 했다.
수요일 아침, 팀장이 있으나 없으나 아직 나는 항상 똑같은 마음 가짐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해방감이 느껴진다. 모두 출근하겠다는 팀원들은 대부분 재택을 했다. 오늘 우리 팀은 선임과 신입사원 그리고 내가 출근했다. 신입사원은 출근시간이 늦어 아침엔 선임과 나 둘 뿐이었다. 한적하고 휑하다. 다른 팀에 비해 우리 팀 공석이 많아 오늘따라 더욱 비어 보인다.
팀장이 선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오늘 우리 팀 공석이 많으니 있는 사람들이라도 자리를 잘 채우고 있으라는 뉘앙스라고 한다.
오전 내내 자리를 잘 지키느라 화장실도 잘 가지 못했다. 점심 알림이 울리기 2분 전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팀장이 있었다면 점심 알람이 울린 후 불이 꺼지고도 조금 후 출발했을 것이다. 신나게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는다. 오는 엘리베이터도 위에서부터 사람들이 가득 차서 내려와서 몇 번을 놓쳤다. 점심시간이 벌써 10분 지났다.
팀장이 없는 오늘은 외식이다. 항상 지하식당을 이용하는 팀장이 없으니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셈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면, 신입사원이 점심 약속이 있어서 선임님과 단 둘이 먹어야 한다. 선임님은 팀 내에서 다른 업무를 하시는 분이고, 나와 자리도 멀리 떨어져 있어 몇 마디 나눠보지 못했기에 어색함을 걱정했다. 평소 말이 많지 않으시고, 먼저 다가와 챙겨주시는 않으신 분이다. 그래도 내가 먼저 질문을 하거나, 단둘이 마주하게 된 상황에서는 말도 잘 걸어주시고 잘 챙겨주신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둘이서 보내게 된 것은 처음인데 게다가 꾀 멀리 있는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머릿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 지 고민이 시작된다. 깊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내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질수록 나는 말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선임이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신다.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상대에게 필요한 말을 잘 골라서 적절하게 물어봐준다. 그리고, 잘 들어준다.
그게 문제였을까.
요즘 나의 고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에 대한 질문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그것에 대한 대답을 시작으로 나의 입이 터져버렸다. 잘 들어주는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모든 것을 말해버렸다.
맞다. 계약직과 이직 제안 등에 관한 건이었다. 마음은 후련했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후회는 말한 것에 대한 후회와 정규직 자리를 두 번이나 차 버린 것에 대한 후회였다.
오늘 오후에는 약 20개 기업의 담당자들이 함께 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주최는 산업체였고, 기업 담당자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자리였다. 다들 한 마디씩 똑 부러지게 자기 기업을 대표하여 의견을 전달한다.
그들과 나의 출발점은 뭐가 달랐을까? 나는 왜 저 사람들처럼 되지 못하는 것 일까?
오늘도 나의 존재에 대해 고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