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잃지 말고, 잊지말아요 (육아에 임하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나를 잃어가는 시간
유일하게 내게 허락된 조용한 시간 그건 바로 아이의 낮잠시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이가 깰까 조바심을 느끼며 똑딱거리는 초침 사이사이 숨을 섞어가며 조용한 이 시간이 조금만 더 길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잘자는 아이의 모습에 나의 온전하고 고요한 이 시간이 길어지기를 소망하는 모습에 가끔 너보다 나를 위한 마음이 짙게 깔린 한낮의 시간을 경험한다.
허나 이 귀한 시간은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을뿐더러 온전한 내 시간으로 보내기도 어렵다.
따뜻한 커피 한잔은 이내 식어버려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처리해야 하는 집안 업무가 기다리고있다.
그럼에도 사수해야 하는 이 시간 나는 식어버린 커피한잔의 한입이라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잊지 않을 것
나를 잃어가는 이 시간 나와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자들을 떠올린다. 잃어버린 '나'라는 존재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며 숲을 헤매이는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혼자 위로를 삼는다.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이, 세월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과 누군가들도 정처없어 보이는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나에게 작은 해방감과 에너지를 더한다.
우리의 노고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해도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어져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온마음으로 소리내어 전하고 싶다. "우리 힘내요. 당신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요. 함께가요. 응원한답니다."
둘째를 키우며 함께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에게 종종 페이스톡으로 안부를 건넨다.
제일 편한 옷을 주워입고 헝클어진 머리는 기본값 하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웃음이 난다.
내가 보내는 시간의 초침이 나를 잃은 불안, 절망, 외로움으로 똑딱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우리의 시간은 인내이고 희생이고 사랑이다.
땅에 떨어지지 않는 숨
어렸을 때는 부모의 이 사랑을 당연한 것이라 여긴다. 어렸을때가 아니라 큰 어른이 되어서도 나의 결핍은 부모님의 탓이고 부모의 인내와 희생, 사랑은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 사랑의 의미를 잘 깨달을 수 없도록 가려놓으신 것 같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험으로만 깨달을수 있는 '사랑'의 의미.
그러나 이 '사랑'에는 결코 완성이 없다. 완벽함이 없다.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듯이 자녀를 위한 쌓은 나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때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마음은 흘러가는대로 여유를 갖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즐기는 건 쉽게 되지 않는다. 즐길 수 없다면 그냥 가야한다. 오늘 내가 지쳐 쓰러질 것 같다가도 내일이면 다시 걸어갈 힘이 생긴다. 그건 바로 우리의 '생명력'이다.
신묘막측하게 지어진 '나'라는 존재의 '생명력'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 사이 내뱉은 한숨들 마저도 나의 생명력을 드러낸다.
그 호흡들은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생명력은 아이에게 전달되어진다. 우리의 삶은 함께 공유하는 우리의 숨들로 이어져 길을 만든다.
나의 숨과 아이의 숨에 차오르는 생명력을 느끼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오늘도 나를 응원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음을 기억하며 손잡고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