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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ler Jul 07. 2024

크루즈 생활 6개월만에 돌아온 이유.

짧았지만 강렬했던 경험.




 2017년 말레이시아 현지 채용 인터뷰에 참여한 그 해 3월 미국의 카리브해를 출항하는 크루즈 선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포지션은 Asst Wairess. 27살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찾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찼던 시기에 크루즈 취업은 말레이시아에서 비교적 쉽게 얻은 기회였다. 나와 함께 총 3명이 에이전시를 통해 입사하게 된 최초의 한국인이었고 각자 다른 배에 승선하게 되었다. 2,000여명의 크루중에 혼자 한국인으로근무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은 모든게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한달쯤 지나자 선박생활이 쉽지 않다는것을 깨달았다.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어느정도 알게 된 지금이라면 좀 더 이 악물고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든점 


1. 체력

크루즈에 승선하면 컨트랙동안은 쉬는날 없이 근무하게 된다. 예를들면 6개월 근무 + 2개월 휴가를 받는 시스템이라서 매일 일을해야한다. F&B는 조식, 런치, 티타임, 디너 이 외에도 클리닝, 룸서비스, 스파 (워터 종류 리필), 크루 식당 관리 (심지어 배식도 함.) 식음료에 관련된 온갖걸 다하기 때문에, 배가 정박을해도 이미 나가봤던 포트라면 캐빈에서 잠을 더 자거나 휴식을 취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미국 포트가 걸리는 경우에는 새벽까지 클리닝을 꼼꼼하게 하는데, 체력이 정말 방전된다. 나중에는 동료랑 병맥주 나발불면서 청소했다는....(원래 그러면 안되는데 너무 힘들어서...) 일이 밤 10시 넘어서 끝나는 경우에는 빨래도 해야하고 가지러 가야하는데, 워낙 배가 크다보니 끝과 끝에서 왔다갔다 하는 일도 많았다.


2. 캐빈생활

2인 1실의 캐빈을 사용하는데, 심지어 화장실은 옆방 캐빈의 두명과 쉐어한다. 화장실을 가운데 기점으로 양옆에 캐빈이 있고 문 열면 서로 방이 보이는 구조. 그때는 뭘 잘 몰라서 이런것도 그러려니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크루즈 생활의 재미가 그리워도 캐빈때문에 못돌아 갈듯 하다. 침대는 2층침대라 편히 자기도 어렵다. 가끔 배가 움직이는 느낌도 듬.....창문없는 공간에서 어떻게 지냈나 모르겠다.


3. 비싼 인터넷 + 시차 = 향수병

배안에서 와이파이는 따로 구매해서 사용해야하는데, Sea day때는 이것마저 느리다. 그리고 인터넷을 조금만 이용하면 몇만원이 훌쩍 나간다. 배가 정박할때 나가서 근처 카페에서 사용하는데 이것도 나갈 힘이 없으면 안하게 된다. 어쩌다 집에 전화하게 되면 (이것도 배안에 있는 전화기를 사용한다.) 한국은 새벽 3시 4시라 다들 자고있어서 연락도 거의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좋았던 점


1. 돈 모으기 좋은 환경

삼시세끼 뷔페는 무료 + 필요하면 언제든지 먹을수 있다. 크루라운지에서는 1달러면 왠만한 술을 종류별로 마실 수 있다. 배 안에서는 수도세, 전기세, 가스 등 공과금 낼 일도 없고 월세 낼일도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돈은 저절로 모이게 된다.


2.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액티비티

아무래도 각국에서 오는 크루가 많다보니 의견차이, 문화차이가 일상다반사이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크루들을 위한 이벤트도 많아서, 힘든 생활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3. 이색적인 취항지 

칸쿤 지역을 매주 취항하기 때문에, 시간이 잘 맞으면 현지 액티비티 (돌고래와 수영하기, 근처 리조트 구경) 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바닷가 근처이기 때문에 항상 화창하고 맑은 날씨와 여행을 즐기는 행복한 사람들 속에 어우러진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감사한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함이나 절실함이 부족했던 상태로 입사를 하게 되어, 더 오래 근무하지 못했던 것 같다일은 너무 고되고 힘들었지만 한국인을 너무 좋아해줬던 크루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승객으로 꼭 다시 승선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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