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은 고급 펄프를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 가치가 높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모아둔 우유팩과 멸균팩(테트라팩) 배출로 주민센터에 문의했다가 수거가 안되니 그냥 버리라는 무책임한 직원분의 말에 황당하고 화가 났던 경험이 있다. 때는 일 년 전이다.
"우유팩, 테트라팩 모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테트라팩? 그게 뭐지.. 일반 우유팩만 수요일에 가져오세요."
"은박 붙은 멸균팩이요. 안 받나요? 많지 않아서 수거 매장으로 보내긴 그렇고..."
"굳이 다른데 택배까지 보낼.. 근데 여긴 처리 업체가 없어 안 받아요. 그냥 쓰레기로 내놓으세요."
"고급 자원이라면서요. 그냥 버리라고요?"
지역마다 처리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이 동네는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니. 그럼 어디에 가져다줘야 해?
검색해 보고 기사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 다행히 한살림에서 다 받아주고 있었다. 그동안 나만 몰랐던 것인가. 일반 우유팩, 멸균팩, 병뚜껑, 빨대까지 재활용품 반납하고 조합원은 포인트 적립받고 꼭 조합원이 아니어도 받아준다고 한다.
우유팩 · 멸균팩 너의 무게는
우유팩 4.5kg 멸균팩 0.5kg
나름 꽤 오랜 시간 모았다. 평일 주 1회 주민센터 수거 요일에 맞춰 챙겨 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이거 다 어디 가져가냐고 우리 집 둘째 꼬맹이가 묻는다. 깨끗하게 모아서 다시 화장지로 만든다고 했더니 난생처음 듣는 재미난 이야기에 신기한 듯 놀란다. 이후로 우유 다 마시면 빈 통부터 챙기기 바쁘고 테이블에 있는 휴지를 보고 내 우유팩이 변신했다며 아껴서 쓰라는 귀여운 당부까지 한다. 멸균팩 처리 업체 부재로 수거 안 받는다고 그냥 버리라는 황당했던 그날 이후로 다행히 개선이 되었고 반갑게도 지금은 수거를 받고 있는 중이다.
문제의 멸균팩
잠깐만! 벼락치기
1. 종이팩 고급 펄프 연료로 재활용 가치가 높다.
2. 멸균팩 펄프에 다른 성분 겹 붙여 만든 것이다.
3. 일반팩과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4. 90%가량 씻지 않고 버려 부패되어 폐기된다.
5. 분류작업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6. 국내에는 처리 업체가 한 곳밖에 없어 멸균팩 전용 처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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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뿐만 아니라 이런 시스템이 주변의 많은 기관 또는 기업 매장, 아파트 단지 내 어디서든 분리수거 장소가 마련되고 확산되어야만 한다. 모르면 찾아보고 물어보고 잘해보려 애쓰고 있는데 생활 속 작은 노력을 아무것도 아니게 하지 말았으면. 뭣이 중헌디.
내가 그리고 우리 아이가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땅이기에 소중한 만큼 아끼고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다. 살아갈 곳이 온전치 않다면 그 안에서 우리가 꿈을 꾸고 펼치고 돈을 벌고 누리는 일이 다 소용없을 테니까.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알아가고 실천하는 노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영향력을 나누며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