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변호사를 하는가.
작성하는 브런치 글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에세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법률적인 얘기보다도 개인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
오늘 긴 10월 연휴를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주말에 쌓여있던 상담 요청들에 대한 따뜻한 상담 완료였다. 주말에 사실 상담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긴 연휴에 그마저도 상담과 함께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퍼 보여서 일단 업무를 뒤로 하고 휴식을 취했다.
긴 휴식 끝에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 너무나도 행복했고, 며칠간 쌓여있는 상담들에 대한 해결을 하고 나니 무언가 뿌듯했다. 그러다 멍하니, "나는 지금 내가 꿈꿔왔던 변호사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고 있더라. 가장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학과라는 과를 선택했을 때, 사회의 부조리에 싸우고 내 목소리를 제약 없이 낼 수 있는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법대를 선택하게 됐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수년간 공부와 시름했었지. 단순히 멋진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가 아니라 내 의견을 소신 있게 낼 수 있는 그러한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변호사가 되고 나서 첫 직장을 구할 때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사건"을 맡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맸었었지. 그래서 남들이 쉽게 하지 않았던 '빗썸'가상화폐 해킹 사건도 맡게 되고, 법조인이라면 기피한다는 종중 사건도 수년간 도맡아 하게 되었다. 대형 펌에 소속된 변호사는 아니었지만, '기회'란 이러한 것이었던가 나는 맡는 사건마다 정말 어려운 사건만 도맡아 했다. 중간에 사건을 넘기고 조금 쉬운 사건을 맡아하는 게 어떠냐고 조언을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난 끝까지 하고 싶다고 했었지..
가상화폐 해킹 사건은 나름 끝까지 해결해보고 싶었는데, 중간에 아쉽게도 끝을 보지 못했지만 그 뒤에 맡게 된 종중과 관련된 사건으로 수년간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종중이란, 사람들이 잘 모르긴 하는데 대략적으로 부동산과 관련된 사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그 사건을 시작으로 개업을 하게 되었고 많이 울기도,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 사건을 담당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해당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행했던 프레젠테이션, 사건을 진행하며 "대형병은 대형병원에서 다루기 때문에, 대형사건은 대형 펌만 가능하다"며 온갖 욕설 문자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내 노력을 해서 이겼던 경험. 정말 나에게는 집에도 못 가게 하는 정말 징글징글한 사건이긴 했지만, 나를 그만큼 성장시켰던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건에 대해서 내가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나 스스로 뿌듯했고, 결과에 따라 울기도 웃기도 하는 스릴 있는 삶이 너무나도 재밌고 행복하다. 난 그래서 변호사란 직업을 택했었나 보다. 내가 열심히 한만큼 결과가 꼭 내가 원하는 결과가 되지는 않아도,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그러한 행복감, 그 이유가 변호사가 된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요새는 변호사가 많아지고, 그 경쟁도 치열하기에 내가 소신껏 맡아 담당하고 싶은 사건이 있어도 나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나란 존재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면 그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내가 어떠한 변호사인지 구체적으로 표현을 해야지만 사건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최근에는 나를 알리는 일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도 A사건 잘할 수 있는데, A사건을 할 기회가 광고 및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현실적인 장벽 역시 너무나도 슬펐다. 그래서 조금 더 쉬운 길을 가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잠깐 방황했던 것 같다. 내가 왜 변호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도 의미도 잠깐 잊었던 것 같다. 나를 알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니, 내가 원래 해왔던 변호사로서의 직업적인 기쁨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내가 변호사인지 무엇인지 잃어버린 채 그저 돈 버는 기계처럼 일을 하게 되었던 것도 있다. 그래서 조금씩 그 재미있던 일들이 조금씩 부담이 되어가기도 했다.
그러다 나의 이러한 고민에 누군가 나에게 가볍게 "너는 돈을 벌기 위해 변호사를 해?"라며 질문을 던졌다.
순간 아, 내가 방향을 잃었었구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래, 내가 돈 벌기 위해서 이 직업을 택했다면, 차라리 사업을 했겠지. 왜 이런 어려운 길을 택했겠어. 희진아 초심을 잃지 말자."
다시금 내가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 변호사로서의 첫 사건을 맡았을 때, 처음으로 어려운 사건을 맡았을 때, 그리고 이겼을 때 그 기분을 잃지 말자. 그리고 내가 왜 변호사를 택하게 되었고, 쉬운 길을 포기하며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초심을 잃지 말자.
난 변호사가 좋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리고 변호사가 돼서 행복하다.
그래서 난 오늘도 야근한다. 더 멋진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