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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드릴 Jul 13. 2020

아야진 해변


찢긴 기억 틈새로 바닷물이 밀려온다

여인은 밤의 해변에서

모래알 하나를 주웠다


여인은 언젠가 땅으로 돌아갈 것이며

땅은 모래알로 돌아갈 것이며

매 순간 작은 존재로 나아갈 뿐이므로


모래알, 여인, 바다는 한 몸인 것이다


모래알이 파도에 휩쓸려

심해 깊은 곳에 떨어진다

죽음으로

삶으로


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사그라든다

웅성거리는 빛줄기

꿈틀대는 생명 속에서

언어는 소용이 없으며

그저 존재함, 시끄러운 울음 

 

아이야, 멀리서 부르는 소리에

검푸른 바닷물에 몸을 반쯤 잠그고 있던

여인은 놀라서 잠에서 깨어난다


바닷물이 비로소 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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