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가 장바구니 아닌가요?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를 외치는 비판적 사고를 강화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서비스에서 동일하게 사용했기에 별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이용하며 느꼈던 익숙함도 한 번쯤은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거나 배달을 시켜 먹거나 온갖 물품을 살 때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가 '장바구니'입니다. 그런데 이 흔하디 흔한 단어를 보면 가끔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K-장바구니
저는 장바구니를 생각하면 가방 형태의 1번 장바구니가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사람마다 떠오르는 장바구니의 이미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바구니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장 보러 갈 때 들고 가는 바구니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사전에 따르면 확실히 2번은 아니겠고, '갈 때 들고 가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면 1번이, '바구니' 형태에 초점을 맞추면 3번이 적합하겠네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Shopping bag도 '장바구니'라고 순화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산 물건을 넣는 가방이나 망태기. 종이나 비닐 따위로 만들며 대개 손잡이가 달려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1번이 K-장바구니에 적합하겠네요.
또, 검색엔진에 '장바구니'를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장바구니의 이미지는 1번의 형태가 더 많이 보입니다. 즉, 한국인은 '장바구니'를 생각했을 때 주로 1번 형태의 장바구니를 떠오른다고 볼 수 있겠죠.
글로벌 장바구니
영어 사전에서는 Shopping basket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 Oxford Press
a basket used for carrying purchases home or before paying for them in a shop
- Collins
1. a metal or plastic container with one or two handles, used to carry shopping in a shop
2. the list of items an internet shopper chooses to buy at one time from a website
- Wiktionary
1. A basket to put groceries and other merchandise in while shopping.
2. (Internet) A page on a shopping website where one's prospective purchases are listed before payment.
사전에 따르면 실물로는 3번의 장바구니 형태가 더 적합하겠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온라인 '장바구니'의 사전적 의미도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검색엔진에 'Shopping basket'을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장바구니의 이미지는 3번의 형태가 더 많이 보입니다. 즉, 영어권 국가에서는 '장바구니'를 주로 3번 형태로 알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온라인 장바구니
국내 서비스를 무작위로 들어가 보았는데, 업종 상관없이 대부분의 곳에서 '구매를 위해 선택한 상품 목록'으로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쇼핑백'이나 '카트'를 사용하는 곳도 드물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외국 서비스의 경우에는 서비스 특성에 맞춰 주로 ‘cart'나 'bag'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예상외로 'basket'을 사용하는 곳을 찾을 수 없어서 꽤나 의아했습니다. 외국에서는 cart/basket/bag의 차이를 구분해서 쓰고 있는 게 맞나 찾아보니, 외국의 ux designer분께서 제가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유사한 글을 작성하셨더라고요.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위의 글에서 나와있듯 온라인에서 '장바구니'는 비유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장바구니'가 사용자 멘탈모델에 과연 적합할까? 하는 의문과 '장바구니'가 아닌 용어를 사용했을 때 사용자가 바로 '장바구니' 기능이란 것을 인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쇼핑백'이나 '카트'처럼 외국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캐주얼하면서 익숙한 용어를 그대로 가져온다면 그게 과연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옷을 구매할 때면, 결제 전까지는 손으로 옷을 들고 있습니다. 큰 사이즈의 가구를 살 때는요? 카트에 넣거나 체크를 해놓고 주문을 넣는 방식이죠. 음식을 포장할 때는요? 포장 봉투에 담거나 배달 가방에 들어갑니다. 물론 실제로 basket이 있는 매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다루었듯이 한국에서는 장바구니와 basket이 조금 다르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결론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장바구니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무엇이 있을까 이것저것 고민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배달 플랫폼에서는 '포장봉투에 담기 / 배달봉투에 담기'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죠. 아니면 '결제 상품에 추가 / 구매 항목에 추가 / 구매 예정 / 선택하기'처럼 풀어서 사용할 수도 있겠고요.
사실 '장바구니'를 대체할 단어, 특히 한국어를 찾는 것은 꽤나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 요즘엔 버티컬 플랫폼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하기에 '장바구니'가 가장 무난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들이는 시간 대비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겠고요. 그렇지만 당연하게 넘어가기보다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하다 보면 장바구니 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 23.11.05 | 24.07.29 최근 글과의 톤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말은 지우고, 레이아웃도 수정했습니다.
/ 썸네일 : 미드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