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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크리스마스

22.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by 녹바차

이번에는 아마 못 찾아오겠지 싶었지만 깊은 산골짜기 용케도 찾아왔다.

군대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특별함을 바라진 않았지만 역시 별 볼일 없었다.

마지막이 아닌 한 번 더 겪어야 할 다음 크리스마스 생각에

훈련병들은 저마다 착잡한 푸념을 늘어놓는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 크리스마스를 꺼내어 보다

흐릿해 기억하지 못하는 크리스마스에 이르자

모두들 이렇게 결론짓는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 최악의 크리스마스라고


크리스마스 당일 훈련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낮잠을 더 자거나 떠드는 게 전부.

저가 아무리 그 대단한 크리스마스라 한들

군대에서는 빨간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늘은 우리에게 최악의 크리스마스로 남았다.

무료한 이곳의 우리를 찾은 최악의 크리스마스.

하지만 먼 훗날 오늘을 떠올린다면

그 어떤 크리스마스보다 선명히 기억할 것이다.

절대로 잊히지 않을 그래서 특별할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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