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사회에서 가져온 짐을 반송한다는 말에 물건들을 정리한다.
이곳은 무척 춥다며 와본 적 없는 당신이
무작정 껴 입힌 두꺼운 외투와 내복
억지로 챙겨준 겨울용 양말과 장갑을 박스 안에 담는다.
빈 박스가 당신의 걱정들로 채워지자
당신과 이별의 순간이 떠오른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던 당신을
귀찮고 부담스러워 밀어냈던 기억에
별안간 얼굴이 달아오른다.
당신의 온기 담긴 물건을 매만진다.
여전히 따뜻하다.
그리운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나는 잘 지내. 엄마는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