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고된 훈련으로 모두가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때였다.
볼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올려다본 하늘은
새하얀 눈꽃을 쏟아내고 있었다.
황홀한 절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내게
옆의 동생이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형 지금 저희 실제 전쟁 중 같아요!"
내리는 눈과 분위기는 마치
실제 전시 상황에 처한 것만 같았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였을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을 감히 가늠해 본다.
쏟아지는 눈에 훈련장은 어느새 진흙탕이 되었지만
누구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들의 희생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훈련이 끝나고 옷가지의 흙을 씻어내는 도중
한 친구가 호탕하게 외쳤다.
"승리했다!"
모두가 그를 따라 웃는다.
두려움과 맞서 싸워준 그들덕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
오늘도 우리는 나라를 위해 싸웠고 끝내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