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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Sep 14. 2024

아기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아기의 신호, 비밀을 풀면 육아는 쉬워진다.


눈치코치의 매너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하는 큰아들이 3~4주에 한 번씩 집에 오는데, 

아주 작은 화분 하나를 들여놔도 금세 알아차리고 

“어, 화분 사셨네요. 예뻐요.”라고 말해준다. 어렸을 때도 거실을 지나가다가 힐끔 나를 쳐다보고

“어머니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바로 알아차리고선 

“따뜻한 물이라도 드릴까요?”라고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건네곤 했다. 

반면에 둘째아들은 “엄마 감기 들었나 봐. 머리가 아프네.”라고 말을 해줘도 어느새 잊고 

“엄마 병원 갔다 올게.” 하면 “어디 아프세요?” 전혀 몰랐다는 표정하며 답변한다.

남편도 3년째 TV 옆에 놓아둔 작은 화분을 보고선 “저 화분 언제 샀어?”라고 묻는데 '이거 뭐지?' 했다. 

정말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오고, 달라도 어쩜 이렇게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들이 머리를 하고 남편 앞에서 “나 어때?, 나 오늘 달라져 보이지 않아?, 정말 모르겠어?” 하며 

대놓고 힌트를 줘도 남편들은 “왜? 뭐?”라며 대충 훑어보고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한다. 

끊임없이 보내는 아내의 신호에 무관심한 남편은 그날 매서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태를 알아차리고 한마디 말을 건네준다면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하고 사람을 만나도 “어, 머리하셨나봐요? 예쁘네요.”라고 알아차려 주면 

그날은 왠지 밥값을 내고 싶어진다. 

사람의 마음은 상대방 관심 여부에 따라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나 오늘 달라 보이지 않아?”

이렇게 만나는 사람에게도 자기를 전달하기 위해 신호를 보낸다. 

말로 하는 직접적인 신호도 있고, 은근히 알아봐 주길 기대하며 말 돌려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보내는 신호를 몰라주면 여간 섭섭해진다. 


사람들이 보내는 신호만 있는 게 아니다. 자동차도 어디가 고장이 나면 덜덜 신호를 보낸다. 

작은 흔들림과 평소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나면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확인해 봐야한다. 




아기가 끊임없이 보내는 신호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아기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엄마에게 보낸다.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놓친 경우 큰일로 이어져 아기는 물론 엄마·아빠도 힘들어질 수 있다. 


“어머, 어떻게 해요?”

“무슨 일이에요?"

“우리 애 좀 봐주세요.”

“내가 혀 말리지 않게 잡아줄 테니 어서 119에 전화하세요.”


방에서 큰아이와 놀던 B산모가 몹시 놀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직감한 나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3살짜리 딸아이가 이미 눈이 돌아가고 손발을 떨며 몸은 뻣뻣해지고 있었다. 

엄마는 놀라고 당황해서 벌벌 떨며 뭐부터 해야 할지 생각조차 못 하고 서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모습에 놀란 가슴을 누르고, 우선 아이를 편안하게 눕히고, 옷의 단추를 풀어주고, 

혀가 말려서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옆에 있는 아기 손수건의 가장자리를 돌돌 말아 입안 혀끝에 끼워줬다. 

그리고 경련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지켜봤다. 지켜보던 아이 엄마는 119를 부르는 대신 가까이에 있던 남편에게 연락했다. 남편은 곧장 뛰어 들어와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


이 일이 있기 전,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얼굴빛은 생기가 없어 보였고, 몸은 약간 쳐진 듯 움직임도 둔해 보였다. 

이틀째 본 아이지만 걱정스러워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어제와 달라 보이지 않나요?” 하고 물어봤는데 

아이 엄마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라며 무심하게 답했다. 

“환절기라 감기 많이 걸리던데 혹시 열이 나나 잘 지켜보세요.”라고 말해주고 거실에서 신생아를 돌봤다. 


모녀가 방으로 들어간 지 10분쯤 지나 그 사달이 났다. 

급속히 올라버린 열로 인해 아이에게 열성경련이 일어난 거다. 

아이 엄마는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열을 체크했어야 했는데,,,”라고 주절거리며 

남편과 아이를 병원에 보내놓고 쉽사리 진정이 안 되는지 횡설수설 계속 몸을 떨며 눈물만 훔치고 있었다. 

한참 뒤 병원에 갔던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다행히 아이는 열이 빨리 내려 바로 좋아졌다며 놀라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아이와 놀던 엄마가 조금만 신경 써서 아기를 관찰하고 열을 내려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엄마는 아기에게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은 어디가 아프면 행동이 느려지고 기운 없어 한다. 

특히 환절기에는 감기 때문에 아이들이 열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조금만 평소와 달라도 열을 체크하며 계속 지켜봐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잘 지켜보며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야 한다.




아기의 신호는 소통의 마법

엄마·아빠는 아기의 신호를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차이의 변화를 읽는 연습이 돼야 아기의 마음과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다. 

요즘 일찍 어린이집이나 유아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를 교육기관에 보내놓고 

부모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선생님 말씀은 잘 듣는지, 밥은 잘 먹는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지, 싸우지는 않는지 하루 종일 

엄마의 머릿속에 아이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오늘 밥 많이 먹었어?”,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니?”, “친구들이랑 잘 놀았어?” 등 아이가 귀찮아할 정도로 물어본다. 대답을 해주면 좋으련만 

엄마 마음을 알 리 없는 아이는 조잘조잘 대신 묵묵부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엄마가 답답하다고 선생님께 전화해서 일일이 물어보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친구와 싸우지는 않았는지,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교사한테 학대받지는 않았는지 

말 못 하는 어린아이일수록 그들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읽어야 한다. 

부모가 빨리 알아차려야 깊은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에 방지할 수 있다. 


당연히 아기는 끊임없이 엄마에게 신호를 보낸다. 

불편하다고, 심심하다고, 아프다고, 즐겁다고, 행복하다고,,, 등등 아기의 신호를 받은 엄마는 불편을 해결해 주고, 심심해하면 놀아주고, 아파하면 병원에 데려가 주고, 즐겁고 행복해하면 같이 좋아해 줘야 한다. 






많은 시간 함께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서로의 마음을 잘 읽는다. 

엄마와 아기는 탯줄로부터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래서 엄마는 자녀의 상태와 마음을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육아 전문 서적을 읽고 준비한 엄마는 아기의 변화를 빨리 알아차린다. 

책에서 읽었던 글과 아기가 같은 행동을 보일 때 엄마는 꽤 재밌어한다. 

또 다른 발견을 하기 위해 아기를 더 세세히 관찰한다.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는 내게 “와, 한쪽 입술을 올리며 웃네요.”, “어, 얼굴을 찡그리는데 기저귀 젖었을까요?”라고 말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이런 작고 소소한 발견이 아기를 키우는 어려움을 줄여주고 쏠쏠한 재미도 준다.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알면 육아가 더 재밌다.


관찰 능력은 일상생활의 활동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관찰 능력은 중요한 것 중 하나다. 

관찰 능력은 장시간 아기를 돌보는 엄마의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것은 아기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보고 무엇을 해줘야 할지 빨리 알아차리게 된다. 

빠른 알아차림은 아기를 덜 울리며 돌볼 수 있는 교감의 시작이다. 


채널A에서 방영된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 어부>을 보면 

같은 자리에서 물고기를 잡아도 누군 잘 잡고 누군 잡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민물낚시, 바다낚시, 방파제 낚시 등 낚시 환경과 물고기 종류가 워낙 다양한 것도 있겠지만 

물고기가 찌에 걸려있는 먹이를 먹으며 낚싯줄에 실려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낚아채지 못해 놓친 경우가 더 많다. 


거듭 강조하지만, 말 못 하고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 하는 아기들은 엄마·아빠에게 몸짓과 울음으로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배가 고프다고, 기저귀가 젖었다고, 졸린다고, 심심하니 놀아달라고, 힘드니 안아달라고, 무섭다고, 두렵다 등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물고기 낚아채듯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원하는 것을 해결해 준다면 

울음소리는 줄어들어서 육아는 더 쉬워지고, 더 즐거워진다. 

아기가 보내는 끊임없는 신호를 바로 낚아채는 엄마가 되자. 아기 신호를 받는 안테나를 높이 세우자.


【 신생아가 배고플 때 보내는 수유 신호 4가지 】
⓵  손을 입으로 가져간다. 
⓶  혀를 날름거리고 입맛 다시 듯 입을 쩝쩝거린다. 
⓷  젖을 찾듯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팔다리를 젓는다. 
⓸  마지막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위와 같이 배고픈 아기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초보 엄마들은 아기가 보내는 신호에 익숙하지 않기에 앞에서 설명했듯이 수유 상황을 기록하고, 
수유 텀을 파악하고, 아기의 행동을 관찰하여 적절한 수유가 이루어지도록 신경 써줘야 한다. 






https://brunch.co.kr/@yangmama/13

사진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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