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재활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다.
아이가 신생아 중환자실을 퇴원할때
수간호사 우리를 붇잡고 말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일등했으면 좋겠고,
일등하면 서울대 가길 바래요.
욕심은 끝도 없으니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사랑해주세요.
6년이 지난 아직도 그녀의 말이 생생하다.
나는 아이를 임신했을때, 아이가 크면 바이올린은 하나 했음좋겠고, 영어는 국외에서 국제학교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학교도 알아 봤었다.
나도 님들처럼 아이가 크면 문센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여유롭게 브런치를 하며 엄마들과 수다를 떨고 싶었다. 요즘 애가 공부엔 관심없고 레고만 한다는 등의 행복에 겨운 아우성 같은걸 해보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문센은 사치였다.
문센은 커녕 내가 간곳은
어린이 재활 병원이였다.
사교육에 열성인 엄마들이 있듯, 장애인 아이들도 나름의 사교육을 한다. 재활병원에서 6시간 상주하는 낮병동이 끝나고 학원처럼 발달센터 한두곳은 들리고 집에오면 밤이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가듯이 , 나는 오직 아이 재활만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마포에 있는 이 병원은 마치 작은 학교 같다.
시간표는 국영수 대신 물리 작업 언어치료 등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유모차와 휠체어가 30대가 세워져있다.
그동안 모르던 세상이 펼쳐졌다.
이 병원에선 장애아이들을 헌신적으로 케어해주시는 도우미 선생님분들을 마주하게 되며,
1층에 있는 카페에서는 장애인 바리스타가 타주는 맛있는 라떼를 마실수 있다. 작은 도서관도 있어 나의 병원 생활 중 숨통 같은 곳이 되어준다.
마음이 따뜻한 치료사 선생님 선생님분들도 만나게 된다.
누가봐도 가망이 없어 보이는 아이지만,
굳어가는 아이의 다리와 팔을 풀어주기 위해 애쓰신다.
눈동자 움직임 마저 불편한 아이의 초점 맞추고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땀흘리신다.
장난감을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현타같은게 오실텐데 포기하지 않으신다.
그러다 부모와 치료사만이 아는 개미 오줌 만큼의 미세한 발달도 마치 자기일 처럼
기뻐하신다.
그런 선생님들의 긍정적인 말들과 태도는 어쩔땐 아픈 준이를 치료하기보단 내가 치유받는 느낌을 받는다.
이 병원은 그저 생긴 병원이 아니다.
어린이 재활 병원은 한 기업의 통큰 기부와 많은 사람들의 땀과 간절한 마음이 모여 지어졌다.
그리고 가수 션은 어린이 병원을 후원하기위해 정기적으로 마라톤을 뛰고 후원한다.
그를 보고 있으면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게 몸속에 있는듯 하다. 욕심없는 두눈은 크리스탈 처럼 반짝이며, 그의 미소는 수억의 돈을 들여도 얻을수 없다.
내가 높은 곳만 바라보며 올라가려고만했을때 , 몇몇 사람들은 낮은곳에 시선을 주며 ,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길을 내밀고 있었구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왜 아이가 아프고 이제서야 이런 곳을 알게됬을까 ? 나는 왜 그 동안 사람들의 눈물이 흐르는 곳에 나의 시선을 주지 않았는가? 왜 핑계만 대고 왜면만 했을까 ?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다.
행복은 물과 같아서 움켜쥐려고 할수록 더 잡을수 없다. 오히려 손에 긴장을 풀고 손바닥을 펼쳐야 물을 담을 수 있다.
행복 역시 나만 움켜주려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것이였다.
나는 늘 무언가는 손에 쥐고 있었지만
늘 불안했고 그래서
더욱 가져야만 하는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이 병원에서 오직 나에게만 집중한 삶이 아닌 ,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고차원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있던 사람들을 보고 고개가 숙여졌다. 그들을 보며, 손을 펼쳐 나눈다고 절대 가난해지는 것이 아닌,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아이의 재활을 위해 찾아간 병원이 나의 인생 학교가 되었다.
“행복해지려면 자기를 버리고 남의 행복을 바라는 일이다.” -버트런드 러셀
하지만 아이가 매일 같이 재활을 받는다고
하루 아침에 기적적으로 바로 걷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의사는 아이가 재활 치료를 받는다고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중증 중에 최중증 아이라 더 그렇게 말했나 보다. 그저 이거라도 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는거랬다.
어쩌다 코로나나 감기에 걸리거나 경기를 해서 재활을못가고 집에 있을땐 현타가 온다.
내가 이러려고 서울까지 온게 아닌데 …이게 맞나 싶을때가 있다.
그렇게 나는 재활은 하되
너무 필사적으로 하진 않기로 했다
어차피 장기전이고 마라톤이다.
그것도 아주아주 길고긴 마라톤이다.
초장부터 힘을 뺄순 없다
어쩔땐 너무 애쓰지 않고, 살짝 쉬어가는 법 또한 배워야 했다.
거북이처럼 차근차근 한발자국씩 나아가자.
결승선은 통과 못해도
걸어가며 풍경도 보고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했으니
우린 충분히 행복하다.
오늘도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보냈으니
하루의 소임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