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MZ가 되고 싶은 70년대생

기억하기 위해 쓴다

by 열짱

'아샷추로 MZ인증하는 남편,

펌프 발판 앞에서 들킨 70년대생의 민낯'



MZ세대들과 함께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 남편은 끝자락 70년대생이다.

나보다 한 살 연하라지만, 스스로는 ‘80년대나 다름없다'고 선을 긋는다.

나한테만 통하는 논리인지, 회사에서는 이미 다 들켰다.


“아니, 무슨 차장님이 MZ예요. X세대죠, X.”


결국 우리는 X세대였다. 그 아래로는 MZ청년들, 또 그 밑으로는 알파세대.

세대 구분이야 늘 큰 사회 변화와 함께 따라붙는 것이겠지만,

가끔은 그냥 농담 같은 기준으로 우리를 가른다.



남편은 종종 ‘MZ 인증’을 해오곤 한다.

얼마 전에는 회사 MZ들이 즐겨 마신다며 ‘아샷추’를 배워와 뿌듯해했다.

아이스티에 아메리카노 샷을 추가한 아샷추.


“이게 요즘 MZ만 먹는 음료래!”

“근데 당신이 왜 먹어?ㅡ_ㅡ”



동네 카페에서는 ‘그게 뭐냐’고 묻더니, 관광지에서는 당연한 듯 내어줬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아메리카노 대신 아샷추를 마신다.

MZ라고 주장하며 말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이번엔 70년대생의 추억을 두고 벌어진 대화였다.


“펌프 알아?” 내가 물었다.

“당연히 알지~

나 그거 해봤어. 물 넣고 막 펌프질하면…”


순간 내가 멈췄다.

“그거 오락실 펌프 아니지? 설마 양수기?”


“그거지~!”

“하아… 이래놓고 MZ라고?”


내가 말한 ‘펌프’는 오락실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만 원어치 바꿔 오락기 위에 올려놓고, 땀 뻘뻘 흘리며 뛰던 ‘댄스 게임 펌프’였다.

그런데 남편은 그걸 물 퍼내는 양수기로 착각하고도 MZ라굽쇼?



세대는 숫자로 나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젊다고 믿는 우리 남편.

그가 지금도 당당하게 들이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샷추'다.


시간은 흘러도 세대는 겹친다.

MZ와 X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기억하기위해쓴다 #MZ남편 #아샷추 #펌프게임

#70년대생이야기 #세대공감 #울컥시리즈


[기억하기 위해 쓴다 - 시리즈]
• 민방위훈련의 기억
• 삐라를 아십니까
• 할머니의 여름휴가, 뮤지컬
• MZ가 되고픈 70년대생
• 수돗물로 보는 바뀐 세상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keyword
이전 12화브런치 도전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