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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과 화장실 징크스

기억하기위해 쓴다

by 열짱


빨간 티셔츠 하나로 우리는 하나였고, 나에겐 ‘화장실 징크스’라는 웃픈 추억이 남았다


“빰빰~ 빰.빰.빰! 대~~한민국!”

누군가 이렇게 외치면 자동으로 박수를 치던 시절.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를 기억한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로 동질감을 느꼈고, 낯선 사람과도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함성을 질렀다.


나? 어디에 있었냐고?!


퇴근 후 강남 어느 큰 호프집에서 맥주를 들이키고 숨죽이며 승부차기를 구경했다.
거길 가면 낮에 있었던 직장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모두 하나되는 시간.

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면 대한민국이 골을 넣고, 골을 넣고.
두번이나 반복되다보니 뭔가 한방없이 경기가 늘어지다보면 친구들은 나를 화장실에 보냈다. 더 신기한건 그때 진짜 또 골을 넣었다.
만약 그 호프집에 있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는 화장실에 감금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거리와 곳곳의 호프집에 넘쳐났다.
별도의 흡연구역이 없던 시절, 지하를 가득 메우는 담배 연기도 느끼지 못할 만큼 우리는 커다란 스크린에 열광했다.
3000cc 호프는 테이블마다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지하철을 타고 동네로 와도 여전히 월드컵의 열기는 지속되었다.
동네 곳곳의 호프집들은 브라운관 크기를 자랑하듯 거리에 TV를 내걸었고, 큰 TV가 있는 곳엔 사람이 꽉 찼다.

빨간색 티셔츠를 사 입고 머리띠를 두르고, 손목에 손수건을 묶고 목이 터져라 외쳤던 그 시절.
우리의 함성은 축구 선수들을 더 뛰게 했고, 공은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4강 진출의 기적은 온 국민을 축구 팬으로 만들었다.
그때의 뜨거움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고,
오늘 나는 그 기억을 꺼내어 내 삶에도 다시 불을 지펴본다.

오! 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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