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 있던 화장품을 버리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피로와 자책의 시간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를 향해 걷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커리어' 숏폼 공모전 수상 인터뷰를 했다.
이 공모전은 나에게 두 가지의 큰 의미를 남겼다.
하나는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숏폼 공모전이었기에 크리에이터로서 인정받았다는 것.
아이들의 성장 속에 나를 갈아 넣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쌓여 다시 아이들에게로 향할 때면, 이상하게 두려웠다.
육아의 피로와 자책의 무한 루프 속에서
나는 탈출구처럼 무언가를 배우고 또 배웠다.
하나씩 해내고 나면 나에게 칭찬 스탬프를 찍고,
포상처럼 드라마를 몰아보며 잠시 숨을 돌렸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디뎌온 길들이 결국은 나를 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나처럼 주저하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멈춰 선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나는 그저 이웃집 엄마이자, 언니이자, 동생일 뿐이라고.
오늘, 인터뷰 담당자 두 분을 선릉역 부근에서 만났다.
실로 오랜만의 시내 외출이었다.
카드키를 걸고 노트북을 펼치는 그분들이
예전엔 그렇게 부럽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발걸음이 괜히 가벼웠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 나는 게임 운영 업무를 했었다.
오늘 인터뷰 담당자 중 한 분이
그때의 유저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분도 반가워했고, 나도 반가웠다.
시간이 흘러 젊은 시절 내 흔적 속에 함께 있던 사람을,
이제 내가 인터뷰이로 마주한 것이다.
그때의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잘했다. 그리고 잘하고 있다.'
조금은, 내가 더 성장한 기분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옆에 있던 올리브영에 들렀다.
오랜만의 외출을 준비하며 화장을 하려는데,
서랍 속 화장품들이 전부 굳어 있었다.
마치 지쳐 있던 시절, 멈춰 있던 내 모습 같았다.
그래서 새 화장품을 샀다.
거울 속 나는 샵 언니가 추천해준 블러셔를 살짝 얹어
조금 더 생기 있어 보였다.
지하철 상가에서 반짝이는 머리핀과 귀찌도 샀다.
막혀 있던 귀에 피어싱을 다시 꽂았다.
오늘의 나는,
참 오랜만에 상쾌하다.
나는 지금, 다시 달리고 있다.
힘이 들어도 멈추지 않고 달려왔던 나의 시간들이
오늘 나를 또다시 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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