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위해 쓴다
옆 학교와 대비되어 웃음이 터지던 시절,
이제는 사진조차 움직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IMF라는 씁쓸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맞은 우리는, 취업이라는 거대한 벽을 앞에 둔 채 졸업여행을 떠났다.
아직 취업을 한 사람은 거의 없는 2학기 시작 즈음이라 여행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제주도’라는 여행지는 당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설레기에 충분했다.
다들 비행기 처음 타보냐고 묻곤 했고,
맞다. 대다수가 생애 첫 비행기 탑승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른이라 믿었지만, 여전히 아이 같았던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었다.
그 시절, 지금보다 훨씬 용의 형상에 가까웠던 용두암 앞에서 탄성을 질렀고, 해녀 할머니들의 잡숴봐하는 식의 호객행위에 지갑을 열고 싶었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대학생들이었다.
그렇다. 국립대 등록금이 100만 원을 넘는다는 소식에 우리는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에 섰다. 누군가에겐 작은 액수일지 몰라도, 그 시절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기엔 충분했다.
“자, 다들 모여봐! 사진 찍어야지. 어, 좀만 더 좌우로 붙어 움직이지말고. 어깨 겹치고~ 좋아.”
하나, 둘, 셋! 찰칵! 하는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어, 그래. 그냥 움직여. 야야, 가만히 있지 말고. 사진 아니야, 편하게 해... 자연스럽네.”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이던 캠코더.
졸업여행을 온 다른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자연스러움에 움직이지 말라던 우리는 더욱 경직되었다.
심지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캠코더 사이로 현란하게 보이는 그들의 젓가락은 막 해녀할머니가 따온 전복을 집어들고 있었다.
“야야, 기죽지 마. 우리 저녁은 오늘 짜장면이다. 탕수육도 시켜줄게!”
복학생 선배의 한마디에 다시 한 번 울려 퍼진 우리의 함성.
“와~~ 와~~~!”
그 시절 우리는 탕수육 한 젓가락에 캠코더가 부럽지 않은 젊은 청춘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졸업 여행 사진 속 경직된 우리 모습도 이제는 AI로 움직이게 만드는, 캠코더가 부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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