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반복 도르마무’ 세상에서 빠져나가는 방법
내게는 일지 노트가 종류별로 여러 권 있다. 노트를 펼쳐보니 쓰다 말다, 쓰다 말다를 무한 반복한 흔적들이 보인다. 누가 모라 하는 것도 아닌데, 지속하지 못했음에 괜히 부끄러워진다.
이른 아침,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2025년 달력을 제작할 예정이라며, 다이어리나 탁상달력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다. 2025년도 다이어리를 벌써 준비하나 싶어 의아했지만,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1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다니, 새삼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나는 다이어리가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나도 하나 준비해 달라고 답했다. 다이어리 작성은 나에게 있어 작은 습관이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결코 작지 않다.
그날의 감정, 생각, 목표를 적어 내려가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으며, 내 마음을 돌보고 삶의 방향을 조율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도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어리의 힘을 알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적은 없기에, 준비성이 남다르게 뛰어난 부류들을 생각해 보았다.
남편은 여의도에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월스트릿이라 불리는 여의도에서는 벌써부터 25년 달력을 준비한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분명 단순한 습관 이상의 의미가 있겠다.
여의도의 삶은 치열하고 긴박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성공적인 업무 수행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외 관계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유야 어찌 됐든 중요한 건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작은 목표와 계획을 세움으로, 그들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큰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이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여의도의 삶이 그러하듯, 다이어리 작성은 누구에게나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가 분명하다.
물론 안다. 쉽지 않다는 걸. 그래도 해야 되지 않겠나. 그것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무한반복 도르마무’ 세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니까. 비록 완벽하게 매일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