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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이 Sep 02. 2024

과거에 머물렀던 사람은 이력서도 과거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줌마" 하면 소란스럽고

고집이 세고 무식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 아줌마를 더더욱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닐까? 마치 아이의 단점을 반복해서 지적하면 그 단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것처럼.




직업을 다시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후,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찾아 여러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번번이 불합격의 통보만 받았다. 서류 한 장으로 나를 제대로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것이다. 아줌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일까, 아니면 긴 공백기간이 문제였을까?      


나의 이력서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종이에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내가 있었다. 경력과 자격증의 날짜들이 그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삶의 지혜가 쌓였지만, 세상은 이를 믿지 않았고, 내가 그것을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그렇다. 나는 세상 편견에 맞는 소란스럽고 무식한 그런 아줌마였던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어필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력서 종이에 써진 아줌마에 대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깨고 싶었다.          




  

1. 자격증 및 교육   

  

. ESG 국제심사원

. ISO 17024 / ISO 19011

. 방송 SNS콘텐츠전문가 1급

. 마케팅기획전문가

. 홍보기자단 양성과정

. 내 일상의 사회적 경제          


3개월간 (24.06 ~ 24. 08 ) 내가 수료하고 취득한 교육과 자격증 목록이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무턱대고 시작했다. 언뜻 보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지식들의 집합체 같아 보인다.     


우리는 종종 학문과 지식을 분절된 영역으로 인식하곤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수학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통찰을 얻을 때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된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융합적 사고방식이 중요한데,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글이 탄생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바로 금전적인 문제였다. 과연 이것이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가? 스스로도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런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어 '필요'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추니, 결정의 순간이 한결 수월해졌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안 사도 될 옷가지 쇼핑에 투자한 돈을 생각하면, 내가 나의 성장을 위해 이 정도 돈도 못쓰겠나 싶어 그냥 저질러 버렸다. 나를 믿고 나에게 과감히 투자를 한 거다.       


                    


2. 여기저기 면접 보기     


. 급식매니저

. 국비 지원 무료 교육             

  

나의 대처능력과 언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서류만으로도 무조건 합격할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말하자면 면접 실전 연습용인데, 다행히 모두 합격 통지를 받았다.   

   

첫 번째 기업부터 이야기를 해보겠다. 면접 대기실에 갔을 때,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여성들이 앉아 계셨다. 그 순간 '이건 내 자리가 아니다. 설사 합격하더라도 절대 다니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재취업의 기회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나이 많으신 그분들의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면접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였기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갔다.

      

면접관들은 나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다른 여성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였고, 편안한 자세로 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만 방긋 웃으며 대답을 했고, 그런 모습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그들은 내가 그 일을 맡아주기를 바랬고, 대놓고 면접자인 나를 설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들의 표정에서 면접장의 공기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면접볼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며, 나는 정중한 인사로 그 답을 대체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이런 면접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니, 놀랍고 놀라우며 감사드린다.)          


두 번째 면접은 꼭 합격하고 싶었다. 나에게 취약한 부분을 국비 지원으로 전액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육이 수료되면 취업까지 연계해 주니 , 기를 쓰고 합격해야만 했다.    

  

다행히 이전 면접에서 부족했던 답변을 보완하여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5명씩 진행된 면접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완벽했다. (...고 생각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불합격이었다.      


우울했지만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나야만 했다. 비록 면접에서 불합격했지만 얻은 것이 있었다. 면접장에서 나의 부족한 점을 파악했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어찌 됐든 나의 포트폴리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물론 자격증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자체만으로도 내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배우려는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동일한 조건의 두 후보가 있다면, 더 젊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고, 나이가 같다면 조금이라도 더 재능 있는 사람을, 재능이 같다면 밝게 웃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다.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인재라면, 기업은 돈을 더 얹어서라도 데려오고 싶어 한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 해도, 대문 밖에서는 떨리기 마련이다. 그 떨림은 공백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욱 커진다. 경력단절된 여성들에게 이러한 긴장감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경력을 쌓지 못한 불안감이 자신감을 갉아먹기도 하니까.     


          

지금 편한데,
일 할 마음 없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 역시 편견이다. 당신이 깨 주지 않는 고정관념을, 나는 스스로 깨려 한다. 당신도 언젠가 당신에게 씌어질 편견을 깨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      


혹시 알아?  이렇게 될지도...

      

사진출처 : SING 영화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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