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난 이 운동화가 제일 편하다. 문제는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아니, 되려 큰일 난다면서 말리곤 한다. 언제? 바로 등산할 때.
주부의 삶은 나 자신에게 돈쓰기를 가혹하게 만들었다. 운동화도 그랬다. 기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예쁘고 가성비만을 따져 구입을 했다.
어느 날 발뒤꿈치에 심한 통증이 와서 병원에 갔더니 족저근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무리하게 걷지 말고 운동을 하지 말라는 처방전이 내려졌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더구나 나는 운동을 무지 사랑하는 사람인데 ,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따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남편이 꼼꼼히 따져서 구입한 거라며 운동화를 선물해 주었다. 뉴000 574 레거시래나 모래나. 솔직히 레거시가 뭔지 내 알바 아니다.
아, 그런데! 이 운동화가 말도 안 되게 너무나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해 주는 게 아니던가. (이것은 절대 운동화 자랑이 아니다) 발바닥 쿠셔닝도 도톰해서 키도 커 보이지만, 무엇보다 내 발을 확실하게 부드럽게 지지해 주니 이 운동화만 신게 되었다.
산, 바다, 숲 속, 암벽 등 어느 지면에서든지 내 발바닥과 발목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게다가 가벼워서 등산 시 만족도가 높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찾기 힘들다.
이런 내게 산 전문가님들은 등산화를 반드시 신어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그러나 등산화는 무거운 무게와 딱딱함, 발목까지 올라오는 지지층이 불편해 산을 오를 때 경쾌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혹시 이런 나에게 적합한 등산화 아시는 분 계시다면 추천 바람)
나는 최대한 가볍게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남들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 발이 편하고 내 몸이 편한 걸 추구한다. 그런 이유로 뉴000를 끼고 살았다. 산책할 때도, 마트 갈 때도, 불암산도, 수락산도, 강원도, 경상도, 제주도 등 온 팔도강산을 신고 다녔다.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오늘 아침도 불암산 정상을 이 운동화랑 함께 했었다. 등산화가 아니면 어떤가. 날 편하게 안전하게 정상까지 데려다준 운동화에게 고맙다 인사하며 휴식을 취하는데, 어라? 운동화 바닥이 살짝 닳았다.
무거울수록 짓눌러진다
일반적으로 운동화 바닥이 마모되는 현상은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발생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아까워서 아껴두었다가 본격적으로 신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었는데 이상하다. 얼른 운동화를 벗어 보았다. 괜히 쿠셔닝도 가라앉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왜지? 설마 살이 쪄서 중력의 작용이 더 강해진 것일까? 체중 증가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무게감이나 피로감을 생각해 보면, 운동화에도 중력의 법칙이 적용된 게 분명하다.
중력의 법칙은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설명하며,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가장 유명하다. 이 법칙에 따르면, 두 물체 사이의 인력은 그들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즉, 물체의 질량이(무게) 클수록 그 물체가 다른 물체에 끌리는 중력의 힘도 커진다. 예를 들어, 같은 조건에서 두 물체가 진공 상태에서 떨어진다면, 그들은 동시에 땅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기 저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양과 크기에 따라 공기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가벼운 물체는 무거운 물체보다 느리게 떨어지고 무거운 물체는 빨리 떨어진다.
그렇다.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더 짓눌린다! 질량이 커질수록, 그 무게는 더욱 깊게 자리 잡아 누른다. 지구는 나를 끌어당기고, 살이 찐 나는 이전보다 더 빨리 지구로 떨어진다. 그 결과, 내 운동화는 내 몸무게에 짓눌려 바닥이 더 빨리 마모되었다.
이렇듯 중력의 법칙은 우리 일상생활 어디에나 적용이 된다. 중력의 중심이 물체를 끌어당기듯, 경제에서는 돈이나 자원이 특정한 중심지로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대도시나 경제 중심지는 자본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중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경제 활동이 집중되는 곳으로 자원이 흘러가는 경향을 알 수 있다.
중력의 법칙에서 질량이 클수록 더 큰 인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경제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의 자본이 클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흔하게 주식 시장만을 들여다봐도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개미보다는 대기업이, 기관이, 외국인이 더 많은 자원을 통제하고,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또한 중력이 물체를 끌어당기듯, 사람의 마음도 매력이나 호감에 의해 끌림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끌림은 서로를 더 가까이 이끌며, 이는 사랑이나 우정 같은 관계로 발전된다.
중력에서 질량이 클수록 인력이 강해지듯, 사람의 마음에서도 감정의 깊이나 중요성이 클수록 그 영향력은 크다. 깊은 사랑이나 강한 유대감은 사람들을 더 강하게 연결시킨다.
중력은 확실히 우리 생활 전반 여기저기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산에서, 코스피 호가창에서, 어두운 카페 맞은편 여성을 지그시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서, 중력의 법칙은 보인다.
그러나 중력은 나의 질문에 답을 알려 주지 않는다.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건" 무엇일까? 산 내음, 피로한 날 방콕 휴식, 늦은 밤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한잔.
이런 걸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좋아하는 일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건 최고의 행복이다. 난 도대체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하는 걸까? 역시 대문 밖을 나서야만 알 수 있는 것인가.
운동화를 새로 장만해야겠다. 이번엔 사뿐사뿐 걸어야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덜 짓눌릴 테니까. 대문 밖이 즐거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