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게 사는 거 보단
사랑하다 아픈 게 나아
by. 토르
유명 대사마다 사랑 단어가 빠지지 않았던 영화 속 토르. 신은 어찌 보면 인간만큼이나 (아니, 어쩜 더) 외로울지 모른다. 사랑하는 인간 여인을 가까이 두지 못하고 주어진 숙명에 사명을 다하며, 삶을 멋지게 소화해 냈던 신의 목소리는 섹쉬 그 자체였다.
약간은 걸걸하면서, 적당한 무게감, 남성미 물씬 풍기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목소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근육질 크리스 햄스워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자막이 아닌 한국말 더빙으로, 유치원 아이들이 볼법한 로봇 만화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지 않았지만, 함께 간 가족들의 미간에도 주름이 생긴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이유인즉,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영화 정보를 꼼꼼히 읽지 않은 탓에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란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2시간을 어찌 버티나, 에어컨 빵빵한 극장에서 잠이나 자야지.
오만이었다. 더빙 애니메이션이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던 내 태도에 저항이라도 하는 듯, 영화는 자꾸만 흥미를 던져 주었다. ‘트랜스포머 원’ 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프리퀄 버전이다.
프리퀄은 "이전"이라는 뜻의 Pre-와 "속편"이라는 뜻의 Sequel이 합쳐진 단어에서 보여주듯이, 원작에서 사건이 왜·어떻게 일어났는지 설명해 주는 버전이다. 기존 작품의 속편(전편)으로, 상영은 현재이나 스토리 시간대는 본편의 과거이다.
그러니까 목소리만 토르인 (크리스 햄스워스) 옵티머스프라임이 대장이 되기 전 어떤 세상이었고,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버전인 거다.
이번 작품에는 강한 리더십으로 팀을 현명하게 안전하게 이끄는 옵티머스 프라임은 없고, 순진하고 순수하고 자신감이 강하지 않았던 프리퀄버전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있다.
▶ 감독/출연
크리스 헴스워스(옵티머스 프라임),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메가트론) 등 여러 유명 배우들
▶ 토르 목소리 듣고 싶다면, 예고편
▶ 전체 관람가, 104분
▶ 자막버전을 다시 한번 볼테다
옵티머스를 보면서 문득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나는 꿈 많고 호기심 가득한 소녀였고, 아가씨였다. 영화 속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나는 두려움 없이 세상에 맞서고, 꿈을 좇아 달려갔다. 지금의 나는 책임과 의무에 묶여 있지만, 가끔은 그 시절의 용기와 열정을 되찾고 싶다 (... 생각만 한다. 편안한 삶이 좋다. 겁쟁이의 변명이려나. )
여하튼 어두운 극장 안에서, 나는 나의 프리퀄을 기억해 냈고, 그 시절의 나를 만나며 미소 지었다. 내가 미소 지었듯, 당신의 프리퀄을 기억해 내며 미소 짓는 시간을 가져보길.
모든 위대한 이야기는
프리퀄 버전을 가지고 있다
주부로서의 삶은 종종 반복적이고, 가족의 무관심(?)으로 단조로울 때가 있다. 극장에서 영화 보기는 이런 무미건조한 감정을 환기시켜 준다. 평일 낮, 거의 텅 빈 극장에 앉아 있으면 '야한' 영화를 보며 은밀한 상상을 하거나,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나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일상의 작은 걱정과 고민도 할 필요 없고, 공허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영화 속 이야기와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강력한 몰입. 그야말로 작은 탈출구다. 나만의 상상을 펼칠 수 있으니까.
대문 밖이 즐거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