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by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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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쓰면 돈 나와? ”



“ 생길 때도 있고, 안 생길 때도 있고 ”



“ 글 쓰는 게 재밌어? ”



“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



“ 그냥, 엄마 힘들지 않아? ”



“ 너가 싫으면 안 할게 ”



서둘러 하던 일을 멈췄다. 집에서 일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지 그렇게 숱하게 맹세를 했건만, 아이가 공부하니까 “나도 무언가”라는 핑계로 연필을 들었다. PC 모니터를 끄면서, 시원함인지 무덤덤함인지 알 수 없는 마음이 일렁였다. 책상에서 일어나려 하는 순간, 아이는 내게 또 질문을 했다.



“ 아냐, 아냐. 엄마가 글 쓰는 게 싫은 게 아니야. 엄마가 예전처럼 웃으면서 여행 다니는 게 좋아. ”



“........... ”



“ 글을 왜 쓰는 거야? ”



“ 그냥...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너희가 미국에서 지낼 때 엄마도 무언가는 해야 될 텐데, 이것이 커리어가 되지 않을까? 요즘은 엔잡러로 살아야 한대. ”



“ 그런 이유라면 해! 엄마가 힘든 게 싫은 거뿐야. ”



“ 음... 여기까지만 쓸 거야. 요 작품은 나중에 너희한테 주고 싶어서. 엄마가 늙어서 죽고 이 세상에 없어지면, 그냥 작은 선물 정도. 어른이 된 너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



“ 내가 엄마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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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다. 잠잘 때 이불을 발로 차고, 김치 국물을 티셔츠에 흘리고, 용돈을 한 번에 다 써버리는. 아직은 어린 15살 소년인 아들에게서 성장이 보였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 마음 깊숙한 곳을 들켜버린 것만 같아 안도와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글을 왜 쓰는가? 아주 좋은 아들의 질문이었다. 아니, 여태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어렵다던 경제 교육에서도 취미반인 글쓰기 관련 수업에서도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행동을 하지만, 종종 "우리는 무엇을 왜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간과한다. 현대 사회는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돈 때문인지, 습관적인지, 기대감 때문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목적과 의미를 스스로 답을 못했지만, 문득 아이와 대화에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한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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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차스의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은 닉과 주디. 절벽에서 추락한 닉을 주디가 구해내자, 닉은 감사의 말을 전했다. "넌 내 목숨을 구했어. “



life saving




지금의 내 기분이 그렇다. 글이 재밌다가도 , 재미없다가도 , 다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탁월하지 못한 실력에 하찮다 느껴지다가도, 어쩔 수 없이 펜을 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정제되지 않은 후려치는 글을 쓰고자 할 때도, 아이는 내가 이성의 끈을 붙잡고 적절히 포장된 글을 쓰게끔 돕는다.


많은 어른들은 자신이 자녀의 보호자로서 아이들을 지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부모를 지키는 건 항상 그들의 자녀였다. 부모의 삶에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예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부모가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며 피로를 잊는 순간이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때, 아이의 순수한 꿈과 희망을 보며 다시 힘을 내는 부모의 모습도 흔하다.


때로는 단순히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아이의 작은 성장과 발전이 부모에게는 큰 기쁨과 보람이 되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자녀의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끊임없는 동기부여와 삶의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아이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결국, 부모를 살리는 것은 항상 그들의 자녀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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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며 가을의 문턱을 알린다.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풍경 속에서, 내 몸도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뻐근한 다리와 으슬으슬한 한기가 나를 집 안에 머물게 하려 한다.

하지만 아이와 나눈 따스한 대화가 내 마음에 새 힘을 불어넣었다. 그 온기에 이끌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고 가을빛 가득한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엔잡러로 딱 1시간만 하고 돌아오자는 맹세를 지키며!


“ 이것은 산책! 대문 밖은 즐거운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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