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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저투 Aug 23. 2024

남편이랑 싸우고 나서, 갈 곳이 없을 때.



아줌마라면 누구나 한번 즈음 이런 경험 있을 거다. 싸우고 나서 갈 때가 없는 서글픈 상황! 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하거나 집에 있고 싶지 않은 그런 날,  친정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예전엔 찜질방에 가거나 혼자 술을 마시곤 했다. 


하지만 그건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찜질방은 "나 목욕 갑니다"라고 바리바리 알려주고 나가는 꼴이고, 집 앞에서 늦은 밤 혼자 술 마시는 것도 사실 무섭기도 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다. 이걸 해보니까 정말 좋은 점이 많더라. 



내가 직접 해보고 좋았던 점 기록한 흔적 



운동도 되지만, 걸으면서 나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화도 가라앉고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가다 보면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나는 무얼 할까? 나는 어떤 재능을 키울까?' 이런 나에게 집중되는 순간도 맞이하게 된다.     


여자들은 특히나 결혼해서 아줌마가 되면 내 이름을 불릴 순간도 점차 사라지고, 미주알고주알 친정 엄마한테 다 씨부릴 수 없는 상황도 생기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냥 혼자 속으로 끙끙 눈물을 삼켜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그러면 화병 난다.    

 

자신의 스트레스 관리를 내 아이 돌보듯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아줌마이기 전에 엄마다. 내가 쓰러지면 가정이 쓰러지는 거나 다름없기에, 나 자신부터 관리하고 사랑해야 한다. 


운동이든 수다든 취미든 책 읽기든. 배달 알바는 나에게 있어 일종의 그런 거다. 운동은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걸으면서 배달하는 알바는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화가 났을땐 엉뚱한 소리도 들리긴 하지만, 내 마음과도 싸워가면서 ) 


또 책 읽기는 다른 이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위로받는다면, 배달은 내 삶의 조각들을 직접 맞춰보는 시간이 된다. 솔직히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나? 눈은 글자에 박히는 둥 마는 둥, 마음과 머리는 씩씩거리는데 말이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걷는 이 시간은 마치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 같다. 때론 잡초를 뽑듯 부정적인 생각들을 정리하고, 때론 꽃을 심듯 새로운 희망과 아이디어를 키운다. 이렇게 배달 알바는 나만의 특별한 명상이 되어, 내 마음을 보듬고 다독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럼 또 누군가는 그럴 거다. 그냥 산책을 하라고! 


단순한 산책과 배달 알바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해보니 그 효과는 확연히 다르다. 산책은 때로 목적 없는 방황이 되어 오히려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새 낯선 곳에 서 있거나 (너무 무서웠다), 유혹에 빠져 계획에 없던 음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배달 알바는 명확한 목적지가 있는 '의미 있는 걸음'이다. 이 짧고 반복적인 배달 과정 걷기가 마음의 혼란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속상한 마음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순간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온다. 샤워를 하며 '오늘 2만 원 벌었다'는 생각! 작은 돈이지만 강력한 성취감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이득을 넘어서는 의미다. 부정적인 감정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승화시켰다는 자부심,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돌보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뿌듯함이 온몸을 감싼다. 


결국, 우리가 찾는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닌, 일상 속 작은 승리와 그로 인한 자존감의 회복일지도 모른다. 걸으면서 도시의 밤공기를 마시고,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거. 때로는 울컥하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이 나기도 한다. 


게다가 배달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삶의 단면들을 엿보기도 한다. 늦은 밤 야근하는 직장인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 열심히 돈 벌겠다고 땀 흘리며 닭을 튀기는 사장님... 이런 모습들을 보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때로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두 달 남짝, 본업 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커피값 정도를 벌어들이는 이 활동은 단순한 부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해답은 아니다. 나 역시 여전히 내 마음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한다. 잘난 체하듯 누군가에게 마음 관리의 비법을 전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 다스리기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완벽한 해결책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리해 나가는 여정에 관한 것이다.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효과적인 이 과정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또 다른 이에겐 영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돌보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관리의 시작점이 아닐까.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배달 알바를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속상해하지 않기!    

내 배달 알바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다양할 수 있다. 무관심할 수도, 겉으론 진지해 보이나 속으론 반길 수도 있다. 마치 친정 가는 아내를 가장 예쁘게 여기듯, 그의 속마음은 복잡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화를 내거나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며 나 역시 이 모든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단순히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선택과 행동에 대한 확신이 커지는 과정이다.        


혹시 모르지? 속으로 미안해할지도. 단지 부끄러워 말 못 하는 거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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