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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저투 Aug 09. 2024

잘 먹어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음의 증거다



최근 2~3년, 몸은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청바지를 입었을 때 맵시도 나오지 않고, 헬스장 갈 때 당당하게 레깅스를 입지도 못하고, 통통해진 허벅지를 가리려 치마를 입어도 그때의 모습은 아니다. 날씬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적당히 살집이 오른 여자가 웃고 있다.   



힘든 날들,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음식을 삼켰다. 그리고 행복할 때면, 맛있는 음식들로 마음을 채운다. 사람들은 나를 단순히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지만 (물론 당연히 좋아하나, 깊이 숨겨놓은 진실만큼은) 그들은 내 속마음을 모른다.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고. 음식이 주는 위안과 힘은, 그건 나만의 비밀이니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살이 쪘어?"라고 물을 때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치! 그치! 맞아" 하며 능청스럽게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날 바라보는 상대의 눈빛에서 '왕년에 잘 나가던 너도 별 수 없구나~'라는 비난을 읽는 것만 같다. 그럴 때면 속으로 '살찐 게 뭐 어때서!'라고 외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이 살들은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힘든 시간을 견뎌낸 증거이자, 삶의 굴곡을 이겨낸 勳章(훈장)과도 같다. 각각의 살집은 내가 맛보았던 위안의 순간들, 그리고 그 음식들이 나에게 주었던 힘과 용기의 흔적이다....라고 요즘은 합리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이 몸에 대해 뭐라 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이 살아남았다는 증거니까. 음식은 위안이었고, 버팀목이었다. 그래, 예전의 날씬하고 예뻤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도 소중하다. 이 몸은 겪어온 모든 순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지금의 내 몸은 극복의 증거다.  언젠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준 이 몸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나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믿는다.     



잘 먹어야 한다. 힘들수록!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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