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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어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음의 증거다

by 에세이스트



최근 2~3년, 몸은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청바지를 입었을 때 맵시도 나오지 않고, 헬스장 갈 때 당당하게 레깅스를 입지도 못하고, 통통해진 허벅지를 가리려 치마를 입어도 그때의 모습은 아니다. 날씬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적당히 살집이 오른 여자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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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날들,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음식을 삼켰다. 그리고 행복할 때면, 맛있는 음식들로 마음을 채운다. 사람들은 나를 단순히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지만 (물론 당연히 좋아하나, 깊이 숨겨놓은 진실만큼은) 그들은 내 속마음을 모른다.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고. 음식이 주는 위안과 힘은, 그건 나만의 비밀이니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살이 쪘어?"라고 물을 때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치! 그치! 맞아" 하며 능청스럽게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날 바라보는 상대의 눈빛에서 '왕년에 잘 나가던 너도 별 수 없구나~'라는 비난을 읽는 것만 같다. 그럴 때면 속으로 '살찐 게 뭐 어때서!'라고 외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이 살들은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힘든 시간을 견뎌낸 증거이자, 삶의 굴곡을 이겨낸 勳章(훈장)과도 같다. 각각의 살집은 내가 맛보았던 위안의 순간들, 그리고 그 음식들이 나에게 주었던 힘과 용기의 흔적이다....라고 요즘은 합리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이 몸에 대해 뭐라 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이 살아남았다는 증거니까. 음식은 위안이었고, 버팀목이었다. 그래, 예전의 날씬하고 예뻤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도 소중하다. 이 몸은 겪어온 모든 순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지금의 내 몸은 극복의 증거다. 언젠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준 이 몸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나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믿는다.



잘 먹어야 한다. 힘들수록!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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