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물질적인 것, 만질 수는 없지만 정신적인 것이 필요하다. 시간은 어디에 해당하는가? 물질? 정신? 만질 수 없고 '내가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니, 단연히 정신적인 것이다. 즉,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거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기쁨 슬픔 애정 등 온갖 감정을 나누는 행위가 우정이다.
그렇다면 우정에도 크기가 있을까? 있다! 당신도 그렇게 느낄 테다. 나는 내 마음을 돌보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특히 친한 언니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과의 우정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의 성격은 원래 밝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대화하기 어렵지 않은 전형적인 O형이다. 요즘은 MBTI 같은 것으로 성격을 구분하지만, 나는 여전히 혈액형으로 성격을 설명하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이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나는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넓은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 몇몇 특별한 언니들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이 언니들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녀를 양육하면서, 또 남편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 언니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옳고 그른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나의 감정을 공감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교과서적인 올바른 조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이런 공감은 나의 마음을 치유하고 힘을 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만남에서 한 언니가 '효부 프레임'으로 인해 겪었던 힘든 경험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언니는 시댁에서 완벽한 며느리 역할을 요구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행복과 가족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이 '효부 프레임'을 깨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언니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용기를 내었고, 결과적으로 더 건강하고 진실된 가족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언니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자로 재듯 논리적인 이성의 잣대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언니의 아픔이 느껴져 나 역시 속상했다.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며느리'에 대한 고정관념과 그 무게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언니들이 내게 ‘논리의 자’를 들이밀지 않는 것처럼.
삶에 있어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그에 따른 기준점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아끼는 이 특별한 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게 된다. 인생의 여정에서 몇 발짝 앞서 걸어가는 그들의 경험은 나에게 값진 교훈이 되고, 그들을 향한 나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닫게 해 준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나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끼며, 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음 돌보기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마음을 돌보는 다른 방법들도 있다.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나를 아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사교 활동이 아니라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한 중요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소중한 관계를 통해 나의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돌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