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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n 12. 2024

13. 푸른 빙하를 사랑하게 되다.

2024. 3. 12 Perito Moreno Glacier

  페리토 모레노 빙하 투어.

엘 칼라파테에 머무는 동안 가장 주요한 일정이다.

 TDP에서  Grey 빙하를 보긴 했지만 먼 거리에서였고, 이번 투어는 빙하를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고, 그 위를 걸으며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투어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우리의 투어 가이드는 마리아나. 예쁘게 생긴 상냥한 말투의 아가씨였다.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로 여러 가지 설명이 이어졌다.

소싯적에 토익 점수깨나 잘 받았던, 영어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었었던 나였는데...(초과거시제) 하아... 역시 언어공부는 손에서 놓는 동시에 실력이 줄어든다더니...

마리아나의 말을 반정도밖에 못 알아듣는 나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그래도 듣겠다고 귀를 쫑긋쫑긋해본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알아들은 대로 작성한 것으로, 사실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ㅠㅠ)

  서에서 동으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산을 넘으면서 산 위에서 비, 눈을 내리며 습기를 잃고, 건조해진 바람이 동쪽 파타고니아 지방에 불게 된다.

  이 지역은 척박하고 생물에게 불친절한 환경이 되어, 동식물이 살기 어려워 이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동식물들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나무는 산에 가까워질수록 물을 많이 먹고 멀어질수록 물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아종으로 적응했다고 한다.


  아주 가끔 퓨마도 볼 수 있다는데, 워낙 위장술에 능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한다.

고양잇과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는 퓨마를 혹시나 볼까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다녔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여행 출발 전, 한 블로거분이 TDP에서 퓨마를 봤다길래 흥분한 내가 나도 퓨마를 꼭 보고 오겠다고 이야기했더니, 병원 간호사 선생님 중 한 명이 날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며

  "퓨마요오??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왕 마따따비 나무를 들고 다니다가 던지는 게 어때요"라고 걱정(?) 해주었는데, 던질 일이 없어서 아쉬웠다. ㅋㅋㅋ

(마따따비 나무는 대부분의 고양이가 마약처럼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많이 사용되는 나무임)




  버스는 우리를 배 타는 위치까지 데려다주었고, 다시 배를 타고 투어의 전초기지가 되는 곳으로 들어가 키 2m에 핸섬한 빙하투어 가이드 아저씨를 만나 드디어 빙하 투어를 시작한다.


투어 시이작~!


 빙하 위를 걷고, 사진을 찍고, 빙하 얼음에 물을 따라 워터온더락 (다른 사람들은 위스키를 따라 마셨지만 나는 술을 못해 물을...)을 마시는 생각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워터 온 더 락! 캬아~


  모레노 빙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인데, 접근성이 용이하고, 빙하의 이동과 육지와의 충돌, 무너지는 현상이 독특해서 세계에서 최고로 치는 빙하라고 한다.

빙하는 하루에 짧게는 20cm, 길게는 2m까지 이동하는데, 빙하가 새로 생성되고 붕괴되는 속도가 최근 현저히 unbalance 해졌다고 한다.

가이드분이 느끼는 3년 전과 지금의 빙하의 양은 체감이 분명히 될 정도로 차이가 있는데, 3년 전, 빙하로 덮여있던 곳이 지금은 다 육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JTBC 트레블러 아르헨티나 편 (2020년 방영)을 여러 번 돌려보았었는데, 그때 그들이 그렇게 빙하가 무너지는 걸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빙하 무너지는걸 한 번은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온이랑 나는 작은 조각부터 꽤 큰 조각이 무너져 내리는 것까지, 최소 5~10번 정도는 본 것 같다.


멋진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리는 빙하


빙하가 무너지고, 물속으로 떨어지며 우르릉..... 우르릉 쾅쾅!!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너무나 멋져서 자꾸 기다리다가도, 막상 소리가 나면 '너무 많이 무너지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의 마음도 든다.

  불과 몇 년 새에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자연의 이상현상과 망가짐... 그런 현상을 보고, 체감을 하니 마음이 무겁다. 

  자연보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다면, 내 손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뜻이 있는 곳에 내 몫의 힘을 보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길 바라본다.  

  


투어 휴식시간


  빙하는 생각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산과 산 사이 계곡이 얼어붙은 얼음 수준으로 예상했었는데, 예상과 너무 달랐다.

빙하전망대에서 옆에 서서 같이 빙하를 넋을 놓고 바라보던 미국인 여행자도 그렇게 얘기한다. "I did all the research and saw glacier so many times in the picture... but it's not the same. It's so beautiful."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번역은 내 맘대로.) 내 말이 그 말이다. 사진과 영상으로 보던 빙하는 실제와 달랐다. 이렇게 웅장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푸른색이라니...

산 사이에 끼인 얼음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존재감을 뿜어내는, 심지어 스스로 이동을 해서 산에 부딪히고, 수년에 한 번씩은 크게 무너지는 장관을 연출한다는, 그야말로 독특한 Nature를 가진 자연의 일부였다.

  한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지켜주고 싶게 아름다운 푸른 빙하를 보며 자연을 빌려 쓰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Much more beautiful than exp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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