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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l 06. 2024

20. 후룸라이드 실사판! 이과수 보트투어

2024. 3. 19-20 Ushuaia->Iguazu

  우수아이아에서 푸에르토 이과수까지... 아르헨티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이동하는 날이다.

이 나라는 어찌나 큰지, 한 나라 안에서 도시끼리 이동할 때에도 비행기로 가야 할 때가 많은데 우수아이아에서 이과수까지는 비행기도 한 번에 가는 것은 없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우수아이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3시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이과수까지 2시간을 더 비행기로 이동하여, 푸에르토 이과수에 밤 10시 넘어 도착하였다.


 

  공항 밖을 나오자, 후끈한 공기에 약간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은 어두워 풍경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울창한 숲 속에 낸 길을 따라가는 듯했다. 깊은 밀림 속 마을로 들어가는 느낌. 우수아이아의 쨍한 남극 날씨에서 바로 열대 우림 한복판으로 온 묘한 느낌. 아르헨티나는 이런 나라이다.

숙소는 널찍했으나, 시설은 낙후된 편이었다. 문도 밖에서도 열쇠로 잠그고 안에서도 열쇠로 잠가야 하는 옛날 아날로그 방식이었고, 에어컨도 한참을 선풍기 바람이 나오고 나서야 서서히 시원해지는 수준이었다.

  초예민 피부 소유자인 나는 또 이곳에 오고 나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리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팔까지 넓게 퍼지기 시작한다. ㅡㅡ;;; 이 두드러기는 며칠 후 이과수를 떠나자 바로 사라졌다. 대체 뭐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하여간 불편한 체질 같으니...




  20일. 대망의 이과수 폭포 보러 가는 날. 버스를 타고 30분가량 가니, 에버랜드를 방불케 하는 놀이동산 느낌의 국립공원이 우리를 맞이한다.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부풀고 들뜬다.

입장료 약 26,000원에 보트투어 약 100,000원. ㅡㅡ;; 이곳 물가에 가당치도 않은 금액. 뭔가 등쳐 먹히는 느낌이 있었지만 어쩌겠나. 알고도 호구 잡히는 수밖에. 관광객의 운명.          


이과수 폭포에 가는 버스 타려는 중. 도떼기 시장.
놀이공원 입장!!


   upper and lower trail을 따라 본 폭포는, 난생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엄청난 수량이 엄청난 낙차를 내며 산산이 부서지며 떨어져 내리고, 물보라가 무지개를 여기저기에 만든다. 그 와중에 신기하게 생긴 새가 보이기도 해, 신비함을 더했다.

역시 사진으로, 영상으로 보던 것과는 비견할 바 없는 웅장함이 있었고, 그 시원한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리는지, 소리와 물보라는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인공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다시 한번 감탄하였다.


또각 부러질 것 같은 얇디얇은 다리를 가진 새



  단, 이곳은 정말 심각한 열대기후였다. 자외선이 "매우 높음" 수준에, 햇빛에 직격탄을 맞으면 피부가 즉시 지글지글 타는 느낌이 들었다.

햇볕만 센게 아니라, 폭포 수증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습하여 더위가 더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마치... 8월 한여름 한국의 불볕더위에 한증막 들어가 앉아있는 느낌?

외국인들도 선크림을 바르고 뿌려대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페이스패치까지 붙이고 다녔는데, 어떤 외국인 할머니가 내 페이스패치를 매우 부러워하기도 했다. ㅋㅋㅋ

이렇게 더운 와중에 쉬면서 슬러시를 사 마셨는데... 더위 때문이었는지 당이 떨어져서였는지 내 평생 이렇게 슬러시를 맛나게 마신건 처음이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을 일?



  이과수 보트투어는, 보트를 타고 폭포 아래로 물을 맞으러 들어가는 액티비티이다.

사파리 트럭을 타고 꽤 오랜 시간 off-road를 달려 폭포 근처까지 내려간 뒤, 방수가방을 들고 구명조끼 하나 입고, 보트를 탄다.

파워 준비러인 나는 우비까지 가져와서 입었는데, 우비는 물을 1도 막아주지 못하였고,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 정도만 하였다는 후문.


사파리 트럭 타고 가는 길~ 스페인어 설명을 듣고있으면 잠이 잘온다
방수 가방 움켜쥐고, 보트타러 가쟈~


  보트를 타고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서움이 없었다. 래프팅 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며, '빠지면 건져주겠지모' 이런 생각이었는데...

Nope!! 이곳은 이과수! 엄청난 수량이 가늠조차 할 수 없이 빠르게 흘러내려가며 다른 방향의 물길이 만나는 곳이나, 강바닥의 지형에 따라 엄청나게 큰 소용돌이의 물회오리가 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저기 빠지면 그냥 바로 죽겠구나 싶은 게, 겁이 덜컥 났다. 앞에 있는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보트 투어 선장(?) 아저씨는 그런 내 마음에는 아랑곳 않고 곡예운전을 시작했다. 보트를 일부러 급회전하며 몰아 물보라를 일으켰고,

처음엔 '이러다 다 죽어~~' 하는 마음이 들며 갱장히 무섭더니 나중엔 '좀 더 꺾을 순 없나요?'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인간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슬슬 배가 폭포 아래로 진입한다. '저 폭포 밑에 들어간다구?'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보라가 얼굴을 때리는가 싶더니, 눈도 뜰 수 없을 만큼의 물이 양동이로 퍼붓는 듯이 보트 전체를 덮친다.

손으로 세수하듯 얼굴을 비비며 시야를 확보해보려 하지만 눈을 뜰 수가 없다.

   "Wow!! Bravo!!" 다들 어린아이들처럼 신이 났다. 우비를 입었건 말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물에 빠진 생쥐가 된 건 마찬가지.

  "Uno mas!" "One more!" 몇 번을 더 폭포 아래를 지나간 보트는 다시 강줄기로 빠져나와 높은 속력으로 물 위를 달린다.

젖어있는 얼굴 옆으로 시원한 바람이 쌩쌩 지나가니 이 맛에 보트 타는구나 싶다.

바람에 날아갈까 봐 모자를 부여잡고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눈을 감고, 바람을 온전히 느꼈다. '아, 행복하다.'


물벼락 맞으러 저 밑으로 들어간다


  보트에서 내린 물에 빠진 생쥐 수십 마리(?)는 다시 사파리트럭을 타고 국립공원으로 돌아온다.

하아~~ 재밌었다. 그렇지만 물놀이는 본디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는 법! 우리는 파김치가 되어 터덜터덜 걸어 겨우 국립공원을 빠져나왔고, 집으로 돌아와 에어컨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문명의 이기... 이제 우린 문명에 찌든자들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 이렇게 신나게 놀며 하루를 보낸 기억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른이가 되어 아무 걱정도 없이 아르헨티나버전 에버랜드, 후룸라이드 실사판에서 신나게 놀았던 이 기억은 즐거웠던 기억 목록에 한참 상위권을 차지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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