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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l 10. 2024

21. 새들의 다양성이 보장된 세상이라면 (참 좋겠다)

2024. 3. 21 Iguazu Brasil side

  오늘은 이과수 폭포를 브라질 쪽으로 넘어가서 보고 오기로 한 날이다.

그런데... 아침에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게 실화임??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야자수나무가 머리채를 아주 심하게 잡혔다.

요란한 빗소리와 바람소리는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숙소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정전이 되자마자 우리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꺼내먹기 ㅡㅡ;;;;;;

암흑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뒤, 숙소 주인장에게 연락해 보니, 아주 대수롭지 않게 원래 이곳은 폭우가 쏟아지면 전기시설이 안전하지 않아 감전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서 마을 전체의 전기를 일부러 차단하기도 한다면서 기다리면 된단다... 아... 그... 그렇구나... ㅡㅡ;;;;;;; 무섭잖아?

비 올 때 밖에 나갔다가 전기구이 통닭이라도 되는 건 아닐까?

다행히 조금 뒤 전기도 들어오고 비바람도 약간 잦아들기 시작한다. 이 날씨에 폭포를 보러 가는 게 과연 안전한 짓일까?

한참을 고민하면서 일기예보를 수십 번 새로고침 하다가 결국은 결심했다! 여기까지 와서 안 가면 너무 아쉬울 거야. 가서 비를 좀(많이) 맞더라도 한번 가보쟈!




  브라질행 버스를 타러 나선다. 국경을 넘는 일이지만, 폭포만 구경하고 올 시, 브라질 입/출국 심사는 필요 없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쪽 출/입국 신고만 하면 되었다.

우리는 운이 참 좋다. 오늘 날씨 때문에 아르헨티나 쪽 폭포는 아예 문을 닫았다고 한다. Wow.... 하루만 일정이 늦어졌어도 이과수 제대로 못 볼 뻔... 등줄기 오싹. 날씨요정은 역시 우릴 버리지 않았음!!

다행히 비가 다시 심해지지 않았고, 브라질 쪽 폭포도 잘 구경할 수 있었다.

폭포 깊숙이까지 들어가는 rail은 오늘 문을 닫았다고 하여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르헨티나 쪽과는 다른, 2단, 광폭의 폭포를 파노라마 뷰로 볼 수 있었고, 악마의 목구멍이 폐쇄되어 볼 수 없어 아쉬웠던 마음을 브라질 쪽 폭포의 수량에서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에서 볼 수 있는 악마의 목구멍은, 지금 몇 개월째 안전상의 문제로 폐쇄 중이다.)


원래 저 길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건데... 안전상의 이유로 오늘은 차단. ㅜㅜ


 



 브라질 쪽 이과수에 온 이유 중 하나. 바로 이과수 국립공원 바로 옆에 있는 국립 새 공원! 이곳에 이쁜 새들이 많고 투칸 (브라질 국조, 매우 귀엽게 생김)을 볼 수 있다길래 여길 꼭 다녀오려고 마음먹었었다.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일정이 조금 늦어지는 바람에 새 공원에 드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우리는 빠르게 새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쁘고 신기하게 생긴 각종 난생처음 보는 다양한 새들이 많이 있었고, 원 없이 새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멸종 위기에 있는 여러 종의 새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문구가 곳곳에서 보였는데, 난 동물원이 있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멸종 동물 보호 및 종 보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규모 큰 새 공원이, 그런 일을 제대로 해준다면 정말 고맙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새 공원은 생각보다 아주 잘 되어있었다. 관광객보다 관리인이 더 많은 듯이 보일 정도로 관리자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정비하고 있었고, 한쪽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건너갈 때에는 한쪽 문이 완전히 닫힌 후 다음 문이 열리도록 설비되어 있어서 전염성 질환을 최대한 차단하고자 한 의도가 보였다. 천장이 막힌 곳에 새들이 갇혀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고, 개체수 안정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이라면 믿어보고 싶다. (도시 개발지역에서 구조해 왔다는 한 무리의 노란 새가 공원 안에 풀려있기도 했는데, 삶의 터전을 삼아 지내던 곳이 한순간에 공사현장이 되어 당황했을 노란 새들을 도와준 새 공원 관계자들의 마음이라면 한번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믿을 수 없이 예쁜 색과 귀여운 외모의 새들이 많았다.

색종이 색깔의 앵무새들, 물감 핑크색의 홍학, 그림 같은 눈을 가진 새, 조각같이 앉아있던 부엉이들, 노오랗게 큰 부리에 귀여운 외모를 자랑하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투칸까지.

새를 좀 무서워하는 나도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새들의 모습에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물감 핑크색
꽁냥꽁냥거리기는~
오늘의 주인공은~ 너야 너~ 투칸!
박제아님. 실제 나비를 위해 과일을 저렇게 데코해둠.
약간 무서워하고있는 인간


  5시 막차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줄곧 그랬듯, 또 배가 고팠다. ㅋㅋㅋ 이번 여행에서 온이는 허리 사이즈가 눈에 띄게 줄었다 ㅋㅋㅋ 극한여행.

숙소 근처 시내에서 꼭 가보자고 했던 카페로 달려갔다. 그러나... 커피..... 역시나 맘에 안 든다. Oh, no.... 아르헨티나에서 맛있는 커피 찾기는 실패로 끝나는가...


블루베리토스트는 맛있었당~


오히려 카페 바로 옆에 노점에서 쵸리판을 팔고 있길래 2차로 사 먹었는데, 요게 요물이었다! 그리 짜지도 않고 가격도 싼데 아주 맛있었다.

여행이란 항상 이렇다. 예상대로 안 되는 일이 많지만, 예상외의 곳에서 행복과 행운을 만난다.

피츠로이의 설경과 여우가 그랬고, 푸에르토이과수 노점에서의 쵸리판이 그렇다.



  내일은 드디어 이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난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대도시!

탱고와 아사도, 스카이 다이빙과 한식이 있는 곳! ㅋㅋㅋ 그리고 맛있는 아바라 (Ice vanilla latte)도 반드시 찾아내리! ㅋㅋㅋ

이제 여행이 6일밖에 남지 않았다. 너무너무 아쉽지만, 6일을 알차고 부지런히 즐길 예정이다.

기다려, 부에노스 아이레스. 우리의 마지막 도시. 너를 만나러 우리가 간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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