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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l 13. 2024

22. Hola, Buenos Aires!

2024. 3. 22 Iguazu->Buenos Aires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 이과수 숙소에서 공항으로 떠난다. 아침에 한번 더 정전이 되는 바람에 어둠 속에서 짐을 싸야 했다. 툭하면 정전되고, 보도블록은 다 깨어져 있고, 비가 오면 길 전체가 흙탕물이고 해가 나면 무섭도록 쨍하고 해가 떨어지면 축축한 습기만 남는, 가게에선 신선 제품이라고는 찾기 힘들고, 길가의 개들도 더위에 지쳐 누워있는 이곳. 꼭 다시 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지만 또 하나의 세상을 배워간다.

  다양한 환경에서 각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 더위에 길에서 조잡한 기념품을 팔며 살아가면서도, 우리가 지나가면 호탕하게 웃으며 "Where are you from?" 하며 호기심을 표현하는 젊은 친구들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이과수의 여명




  드디어 대도시에 도착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늘 우리 최대 관심은 "한식"을 찾아 먹는 것.

해외여행하며 한국음식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데, 이번 여행에선 어쩐 일인지 자꾸 김치찌개가 생각난다. ㅋㅋㅋ '파송송'이라는 한식당을 찾아갔다. 음식 조리부터 손님응대까지 모두 아르헨티나인들이 하고 있었고, 손님들도 대부분 서양인이었다. 남미 한복판에서 K-pop 노래를 들으며 김치찌개, 제육볶음을 먹는데, 한국과 다를 바가 없는 맛이었다. 살다 보니 아르헨티나인이 끓여주는 김치찌개를 먹는 날이 다 오는구나...ㅎㅎㅎ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상권이 밀집해 있다는 Floria거리를 걸어내려 가며 탱고쇼 보러 갈 때 입을 옷도 사고, 환전도 하기로 했는데... 흠... 볼수록 내가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길은 더러웠고 부랑자도 많았고 호객행위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의욕이 없었다. 팔고 있는 물건들은 조악했고 깔끔하지도 않았는데 가격은 비쌌다. (한 옷 가게에서는 걸려있는 옷에 사람 발자국 같은 얼룩이 묻어있기도 했다.) 옷들의 display도 형편없었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이.. 이게 아닌데... 예쁜 옷도 사고 즐겁게 거리를 구경하는 상상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현실은 매우 달랐다. 왜일까?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이 거리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나중에 가본 다른 동네들은 분위기도 좋고 깔끔했었다.) 하지만 이 주변 일대는, 대로 주변의 휘황찬란하고 큰 극장들과 호텔 주변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골목들은 대체로 위험하고 낙후해 보였다. 길거리는 더러웠고 정돈되지 않았으며, 불행한 표정의 부랑자 비슷한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앉아있었고, 방탄조끼까지 챙겨 입은 경찰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으며, 길에 앰뷸런스의 심상찮은 사이렌 소리가 꽤 자주 들렸다. (어떤 부랑자는 무엇 때문인지, 길 한복판에서 경찰에게 몸수색을 당하고 있기도 했다.) 나중에 에어비앤비 체크인 도와주신 관리자분께 들은 바로, 현 정부에 불만을 가진 수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매일 곳곳에서 시위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밤엔 꼭 주의해서 다니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정체가 수상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작은 그룹을 지어 모여있는 모습이 여러 번 보이기도 했다. 내가 본 거리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만나면 친절하고 잘 웃고,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가게 점원이나 숙소 관리자분이나, 탱고쇼 이동버스 운전사 아저씨 등등) 도시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난했고, 우울했고, 힘들었다. 원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이런 도시였을까, 최근에 급격히 힘들어진 모습이 반영되고 있는 걸까. 칠레 산티아고가 떠올랐다. 물론 산티아고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음울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공원의 초록빛은 엄청 예뻤다! 남미의 유럽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림!
아르헨티나의 국모라 불리는 에비타


  생각보다 실망스럽긴 했지만 할 건 해야지! 길에서 탱고쇼 티켓 판매를 하길래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탱고의 본고장에 와서 쇼를 보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지! 티켓을 판매하는 직원은 브라질 출신이라는 아주 해맑은 아가씨였는데, 한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K-pop, 떡볶이 다 좋아한단다. ㅎㅎ 결국 우리는 한국을 좋아한다는 아가씨의 언변에 넘어가 바로 그 자리에서 피아졸라 쇼를 Without Dinner로 예약하기로 한다. 속소로의 pick up and drop까지 무료로 해준다기에 그렇게 예약을 했는데... 바로 이점이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다. ㅋㅋㅋ 시련's gonna come soon...




  탱고쇼 예매와 환전을 끝내고 나니 홀가분해졌다. '여자의 다리(Puente de la mujer)'라는 인상적인 건축구조물 및 몇몇 관광지 구경을 하며 걸어 다니다가 숙소에 체크인을 하러 가기로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숙소는 무려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 부엌이 모두 있는 아파트형 숙소였다. 마지막 6일간 여기에 머물면서 편하게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할 생각이었는데... 하하... 이 숙소는 하루도 못 묵고 떠나게 된다. 시련's gonna come soon 2.....


  숙소 관리자에게 무려 3개의 키를 받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는데, 숙소 상태가 아주 가관이다. 그럴듯하게 꾸며는 놓았는데 청결상태가 좋지 않아, 바닥은 맨발은커녕 양말을 신고 다니기에도 찜찜한 더러운 바닥이었고, 창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침대 시트와 베갯잇도 어쩐지 누렇다. welcome 과자도 있었는데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의심이 되는 모습이었다. 젠장... 그렇지만 이런 청결상태 때문에 숙소를 옮긴 것은 아니다. ㅜㅜ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거... 후후....

  다음화 이어집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괜찮아 보였는데...
이용자 후기도 괜찮았는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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