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다.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 나와 아내는 인테리어에 대한 별 다른 취향이 없었다. 인테리어에 관하여 괜히 어설프게 제안을 했다가 전체적인 조화가 깨질 것 같았다. 조화롭지 못한 것은 견디기 힘들다. 대부분 인테리어업체의 대표님의 의도대로 집은 인테리어가 됐다. 안방 앞 베란다를 제외하고.
나는 젊었을 때 운동을 많이 했다. 요즘은 거의 운동을 하지 않지만 늘 운동에 대한 강박이 있다. 인테리어 사장님께 안방 앞 베란다는 운동을 할 특별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했다. 그 말로 말미암아 안방 앞 베란다는 푸른색 배경에 무늬가 들어간 타일이 장착이 됐다. 베란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역시 끝까지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타일의 색이나 무늬와는 관계없이 그 베란다는 창고가 되었다.
며칠 전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고가 된 안방 베란다의 물건들을 치우고 청소를 했다. 베란다 청소에는 아이들과 아내 모두 동원되었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인테리어 대표님 말씀이 떠올랐다.
"푸른빛 타일을 보면 운동을 하고 싶어질 거예요."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짱박아 놓았던 아령을 옮겨 놓으며 아들에게 말했다.
"헬스장 만들었으니 아빠는 내일부터 운동 열심히 할 거야."
3 kg 아령을 들고 끙끙거리던 아들이 말했다.
"이빠 지금 할 거 아니면 말하지 마. 내일부터 한다고 하면 계속 내일로 미루게 돼. 내가 해보니 그래. 그냥 내일 가서 '지금 해야겠다' 하고 해. 그럼 계속할 수 있어"
"알았어. 지금 몇 개 들어 볼게." 아령을 들며 말했다.
바른 어른이 되려면 아이들 말을 잘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