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레몬 Mar 23. 2024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

['역경'을 버티어 '경력'을 만든 당신을 존경합니다]

  눈이 많이 온 어느 날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저기... 거기 취업 소개를 공짜로 해 주나요?" 불안한 음성의 중년여성이었다. "네, 맞게 전화 주셨어요. 어떤 직종으로 취업을 알아보시나요? 선생님!" 나의 질문에  다급한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아이고!  나... 나는 '선생님'아니에요...  그냥 청소하는 아줌마예요.. " 가끔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어색해하는 분들이 있어 다시 다정하게 대답했다. "제가  성함을 모르기도 하고 존경하는 표현으로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합니다." 나의 대답에 몇 초 정적이 흐르더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흐.. 흐.. 흐.. "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흐느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울음소리가 작아졌고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수화기 너머로 힘이 쭉 빠진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나는요. 평생 청소만 했어요. 공장청소, 병원청소, 남자화장실 청소 안 해 본일이 없어요.  그런데 5개월 전에 정년퇴직을 하니 우울하고 자식들에겐 짐이 되는 것 같고 할 수 있는 건 청소밖에 없고 ㆍ ㆍ "   다시 한숨 후 이어 말했다. "평생 내가 한 일이 별 볼 일 없는 것 같아서 인생이 허무한데  또 일은 그것밖에 못하고ㆍ ㆍ ㆍ내가  빙추같았는데 전화로 처음 말하는 사람이 저를 '존경한다' 하니 갑자기 푼수처럼 눈물이 났네요. 내가 참 주책이네요." 담담하고 진솔한 대답에 깊이 공감이 갔다.


그러나 나는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선생님은 진짜 존경스러운 분임을

"선생님! 선생님은 주책스럽지도 절대 빙추도 아니세요. 선생님이 일하셔서 가족을 도우셨잖아요. 일하셨던 공장은 잘 돌아갔고 병원환경도  청결했고요. 남자화장실 썼던 남성분들이 부끄러워 감사표현 못한 거지 다들 감사하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수화기 너머로  다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한 분야에서 오랜 경력으로 버텨주신 선생님, 존경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경력이 있으시니 다시 일하신다면 금방 구하실 거예요." 


우리는 취업을 위해 계속 상담을 이어나갔다. 얼마 후 아파트 내 헬스장 청소일로 취업이 되셨다. 시간이 짧아 체력부담이 적고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고 기뻐하셨다.


경력이 많다, 길다, 갖고 있다.

라는 것은 그만큼 버텨냈다는 의미이다.

적성과 찰떡인 직업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매일 버텨내며 일한다.


어떤 일이든 '하찮은 것'은 없다.

그 일을 '하찮은 것'으로 만드는 것은

그렇게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된다.

'경력'이 있다는 것은

힘든 그 시간을 버텨낸 내공이 있다는 것


오늘 힘들었는가? ㆍ  ㆍ

그렇다면

오늘도 성실하고 아름다운

 '경력'으로 채워졌다.




이전 17화 부티나는 사람 말고 귀티 나는 사람이 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