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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레몬 Mar 12. 2024

'성욕' 다음의 욕구는 '인정욕'

[당신은 이미 아름답다]

 고용의 형태는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정규직)'기간에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계약직)으로 나뉜다. 대부분 구직자들이 정규직 취업을 하고 싶어 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계약직일을 찾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도 다양하겠지만 그중 두 가지는 첫째,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둘째, 매여있고 싶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일 경우이다.


 어느 회사에서 '3개월 계약직' 한 명을 뽑는데 12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중 'J'는 중소기업에 과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정규직 재직자가 계약직일을 지원하려는 이유가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이유는 이랬다.


'J'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내내 5인 미만인 작은 기업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몇 번에 이직 끝에 지금의  튼튼한 중소기업 인턴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입사 후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일을 배웠고 시키는 일은 반드시 해냈다.

남들이 일주일 걸려 겨우 만드는 제안서를 이틀이면 뚝딱 밤샘 작업해서 가져오니 일당백이다.  'J'의 노력을 살펴보던 팀장 눈에 들면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큰 프로젝트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성과를 얻자 부장 눈에 띄었다.


대표는 전 직원회의 때 'J'의 이름을 언급하며 칭찬했고 얼굴이 벌게진 'J'는 부끄러움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꼈다. 자신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회사가 고마웠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보탬이 되고 싶었다.

 일을 열심 햐니 자연스럽게 워라밸은 없었다.

한 번은 회의자료를 놓고 와서 택시를 타고 급히 도착해 뛰다가 자전거와 부딪혔다.

자기 몸을 살필 겨를 없이 회의 시간에 맞춰야 했고 다행히  늦지 않게 가져갈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보니 무릎에 피가 나고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래도 늦지 않았기에 괜찮았다.

이런 'J'의 열정을 회사는 인정했다.

보통은 5년 이상 걸린다는 팀장을 3년 반 만에 달았다.

 회사 연말행사에서 'J'는 상과 선물을 받고 모든 직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그 회사의 간판얼굴이 되었다.


 그런 'J'가 이 작은 회사에 3개월 계약직을 신청했으니 지원서를 받아 든 나는 계속 어리둥절했다.


'J'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7년이 꾸준히 내달렸다. 이젠 과장이다. 성과를 내줘야 하는 자리다.

 그렇게 달려온 어느 날 화장실에 갔던 'J'는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시간을 보니 한 20분 정도 기억이 없었단다. 순간 굉장한 공포감이 들면서 '멍'했다.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증상을 두 번 더 겪었다. 병원에 가니 병명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가족들은 스트레스라며 조금 쉬길 바랐고 본인도 본능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장에게 한 달 휴직을 하기 위한 상담을 했더니 "큰 병도 아니고 또 왜 하필 지금이야? 안 그래도 한 명 또 그만둬서 일할 사람도 없는데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데 자네가 없으면 절대 안 돼 이번 프로젝트 끝나고 다시 생각해 보자구"라며 말리더란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자기 건강보다는 회사 걱정을 하는 상사에게 서운함이 들었다. 가족들도 못 쉬게 하면 그만두라고들 성화였다. 이런 마음에 계약직 지원서류를 가지고  온 것이다.


'J'는 계약직일에 성공했고

계약이 끝난 후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우리는 '인정'을 바라는 약한 존재이다.

'성욕' 다음의 욕구는 '인정욕'이다.

라고 할 만큼 칭찬에 약하다.


칭찬을 받고 싶고 존재를 알아주길 바란다.

일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괴롭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인정'을 타인에게서 찾으면

남에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점차 바른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들이 듣기 좋은 말을 하게 되고

그들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비위를 맞추게 된다.

그리고 계속 눈치를 살피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내가 소멸되고 번아웃이 온다.


'인정'해주자.

오늘도 잘 버텨준

나에게



"나야!

수고했다.  고생했다.

어제 보다 훨씬 나아졌구나

나야, 넌 최고야!!"


세상살이에는

나르시시즘도 한 스푼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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