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레몬 Jun 02. 2024

말에도 TPO가 필요하다.

[옷뿐 아니라 말에도 꼭 필요함]

직업 내 적응에 대해 상담을 하게 된 'E'의 이야기이다.

 'E'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모임을 즐기는 외향적인 성격이다.

그러나 사무실 동료들과의 관계소통이 힘들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자신이 누군가의 옆을 지날 때면 '쎄~~'하게 냉랭함을 느껴진다고 했다.


 'E'가 관계에서 틀어졌다고 느꼈던 몇 가지 사건은 이런 것이었다.


-큰 행사에서 발표와 진행하고 있는 동료를 만났단다. 반가운 마음에 어제 회식은 몇 차까지 있었는지 등을 묻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전세 사기를 당해서 형편이 힘들어졌다는 동료에 대해 듣게 되어 위로하고 싶어 커피 한잔을 건넸다. 그리고 자신도 물가가 너무 오르고 교육비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얘기하며 누구나 힘들다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린 자녀를 둔 동료가 아이 양육으로 힘들고 지친다며 하소연을 하기에 자신도 예전에 자녀를 키울 때 그랬다며 이렇게 이렇게 해서 자기 애는 괜찮아졌다며 조언했고 며칠 동안 좋은 동영상과 책을 추천했다.


 'E'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관심의 표현했다. 그리고 따뜻하게 위로했고 자랑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가갔다. (본인생각)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왠지 그 동료들과 멀어진 것 같고 자신을 안 좋아하는 것 같이 느껴지면서 회사 생활을 불편해했다.



 'E'에 대한 TPO가 안되어있다.

TPO

Time, Place, Occasion의 머리글자로, 옷을 입을 때의 기본원칙을 나타낸다. 즉 옷은 시간, 장소, 경우에 따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시간, 장소, 경우에 따른 옷차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말도 상황에 맞게 바꿨어야 한다.


-업무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동료는 내가 평소에 아는 직원이 아닌 그날의 행사 진행자로 대했어야 했다.

=진행을 위해 연습했을 테고 긴장되었을 동료에게 행사 때는 가볍게 인사만 했어도 충분했다.

'김대리? 어제 회식 몇 차까지 했어? 많이 마셨어?'등등의 대화가 그 상황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상황에 맞지 않았으리라.


-형편이 어렵다고 누가 말했을까? 우연히 알게 된 걸까? 당사자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니라면 안 들은 것이다.

=좋은 소문은 잘 안 나는데 안 좋은 소문은 어찌 이렇게 빨리 도는지.. 그래서 안타깝다고 해도 평상시에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기에 소문으로만 들었을 것이다. 굳이 상대가 직접 밝히지 않았고 친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먼저 다가가 사적인 일을 아는척하는 것이 과연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상처가 되었을 수도..


-어린 자녀의 양육으로 힘들어하는 동료가 정보가 없어서 힘들었을까? 그냥 말하고 싶었으리라.

=아이의 어떤 행동으로.. 또는 피곤함으로.. 지쳐서 그냥 말하고 싶은 날이 있다. 말하고 나면 풀리는 날~ 진짜 큰 문제였다면 전문 상담사를 찾아갔겠지만.. 그럴 때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고자 너무 뜨거워진다면 상대는 진짜 나를 위로하는 건지 정보를 주는 행위를 즐거워하는 건지 헷갈릴 수 있다.


우리가 하는 '관심', '위로', '도움'등도 모두 상대가 요청한 것이 아닌 우리의 기준이다.


상황에 맞게 모른척하기도 하고 먼저 아는 척하기도 하는 말센스~


말에도

TPO가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E인데 누워있는 엄마, I인데 전교회장 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