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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레몬 Mar 20. 2024

조언해 주는 사람이 제일 빌런 일 수 있다.

[*직장적응기 ~오늘도 집에 가고 싶습니다 : 너나 잘하세요! ]

 사회 초년생, 오랜만에 일 시작, 새로운 분야 전직등 낯선 상황에 놓일 때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동료의 조언에 귀가 쫑긋 세워진다.


실수하고 싶지 않고 빨리 배우고 싶다는 열. 정. 때문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수'의 이야기이다.

사수는 경력이 3년 정도 있었다. 말재간도 좋고 일도 능숙하게 했다.(신입 눈에는 멋짐 폭발)

어리바리 신입이었던 나에게 사수가 말했다. "나에게 언제든지 물어봐. 궁금한 게 생기면 하루에 100번이라도 물어봐. 알았지?" 쿨한 사수의 오픈 마인드에 나는 절대적인 구세주를 만난 듯했다.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졸졸 쫓아다녔다.


어느 날 사수가 나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지켜보니 쌤은 참 괜찮은 사람이야. 그래서 말인데 이 회사 별로야!

임원들도 주먹구구식이고 복지도 그렇고...

그러니 빨리 그만두고 더 좋은 델 가."

당황한 나는 뭐가 문제인지를 물었고 사수는 신나서 얘길 했다.

그때부터 매일 회사 험담이 시작되었다.

매일 그 강도도 점점 심해갔다.

듣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코앞에 닥친 일을 사수에게 물어서 해결해야 하니 듣어주는 수밖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팀에서 진행하는 '교육사업설명회'관련 회의가 있었다. 사수는 팀장님의 업무고 서포트만 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그에 맡게 포지션을 잡아 회의 때 발표했다.

회의 중 팀장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날 오후 팀장님이 조용히 부르셨다.

한 달 동안 나를 지켜봤는데 말을 해줘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그때 들은 황당한 얘기는 이랬다.


사실 이번 사업 설명회는 사수의 일이었다.

그러나 일을 맡기 거부하여  팀장님이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된 것이며 이런 게 벌써 여러 번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오는 신입(나 )에게 경험차원에서 짧은 꼭지를 맡기면 좋을 것 같으니 사수에게 같이 도와주라고 지시도 하셨단다.

그런데 회의 때의 나의 포지션은 업무를 거절하는 것처럼 느껴지셨다고 했다.

그것뿐이 아니다.

매주 하는 '주간업무 보고'를 사수는 계속 누락하여 여러 번 경고했는데 나도 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ㅠ.ㅠ)


 팀장님 말씀에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놓쳤던 부분을 사과하고 맡겨주신 일에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팀장님이 다 안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처음이라 힘들고 눈치도 보이죠?

그렇지만 여러 명에게 다양하게 확인하고 묻는 건

신입 때만 할 수 있는 특권이에요." 


그렇다. 나는 사수에게만 의지했다. 한 명에게만 물었다. 주변을 돌아보고 전체 사무실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 그리고 회사 험담을 들으면서 업무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 생겼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수는 회사 임원들에게 찍혀있었다. 불만이 많은 빌런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사수를 탓할 수 있는가?

두루 살피지 못한 나의 성급함 탓이다.



도움을 준다는 건

많이 가진 자가 없는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다.

즉 내가 더 많이 가졌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경험과 실력을 쌓았을 때만 진짜 도울 수 있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면 성급해하지 말고

온 레이다를 펼쳐 좋은 조언자를 찾아라.


그것이 사회 초년생의 첫 미션이다.


지금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고 있는가?

조언해 주는 사람이 제일 빌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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