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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Oct 18. 2024

2024.10.18 일기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데 비가 온다.


'차를 타고 갈까?' 하다 큰 우산을 꺼내왔다. 빗소리도 듣고 싶고, 낭만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나 보다. 적당히 비가 와서 적당히 기분 좋게 걸어갔다.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지더니 바닥에 튀는 비가 신발을 적시기 시작했다. 낭만이고 뭐고 처마를 찾았다.  


이럴 땐 빼곡히 세워진 건물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갈 길을 미리 준비해 놓은 것처럼 처마들이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시켰다. 밖을 바라보고 비 오는 풍경을 보며 먹다 보니 평소보다 천천히 밥을 먹게 되었다. 아니면 뚝배기가 너무 뜨거워서 식히느라 비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계산하고 돌아갈 땐 다른 길로 가보았다. 공원을 끼고 작은 동산을 넘는 길이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피했다가 제법 그쳤기에 가 보고자 했다.


가는 길에 몇 사람이 우산을 쓰고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이 심각해 보여 가보니 행사를 하고 있었다. 배수로 쪽에 넓은 공터가 있는데 배드민턴도 치고 족구도 할 수 있게 바닥이 매끄러운 공간이었다. 비만 안 오면 좋았을 걸 갑자기 쏟아진 비에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그러고 보니 식당 아주머니가 양말만 신은 채로 들어오셔서 "물이 너무 많이 차서 난리야. 철수해야 할 거 같아."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아무래도 지역 상인들이 먹거리를 홍보할 수 있게 하는 행사였던 듯하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행사였을 텐데 마음이 아팠다.


한참을 보다가 가던 길을 갔다. 


매번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좋은 뜻은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마음 같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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