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열어보니 바나나우유가 있었다.
우유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반가웠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내려놓았다가 한참 후에 다시 읽어보니 책이 술술 읽혔을 때, 찬장 정리를 하다가 먹다 남은 위스키를 발견했을 때도 반가웠다.
오랫동안 못 본 친구를 만날 때도, 한 참 뜸하던 연락이 걸려 올 때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묻어두고 있던 걸 다시 찾았다고 해서 다 반가운 것은 아니다. 바나나우유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반가울 리도 없었을 것이고, 용서하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민망하기나 했을 것이다.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면 더 자주 반가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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