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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08. 2024

난로

2024.11.8 일기

날이 쌀쌀해져서 아침부터 윗옷을 껴입었다. 어젯밤 추위를 생각하면 겨울 잠바를 꺼내 입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우면 옷을 입으면 된다고 하지만 바지를 껴입기는 쉽지가 않다. 타이츠 위에 바지를 입는 정도인데 슬림한 청바지경우는 껴입는 것이 불편하다. 내가 겨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지 않는 이유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출근을 해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다리가 시리다. 안 그래도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건만 다리는 왜 더 취약한 채로 있어야 하는 걸까? 


올 초에 넣어 뒀던 난로를 꺼냈다. 발바닥 한 개 반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책상 밑에 두고 쓰던 것이었다. 벌건 형광등 같은 게 이단으로 끼워져 있었지만 아쉽게도 하나는 생을 다했다. 이단에 두면 너무 뜨거워서 일단에만 두다 보니 혼자서 너무 힘이 들었나 보다. 이젠 이단으로 틀어놔야 아래에만 불이 켜진다. 


하나 남은 따뜻함도 언젠가는 차가워질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나의 취약한 다리를 따스하게 지켜줄 것이다. 생이 다할 때까지 누군가의 취약함을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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