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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05. 2024

회동

2024.11.4 일기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회의를 마치고, 무엇을 먹어야 맛있게 먹을 있을지 다시 논의했다.


보리굴비와 간장게장. 십이 첩 반상에 솥밥이 나오는 식당을 택했다. 몇 번 갔었던 곳이지만 보리굴비 정식과 암컷게장 정식은 처음 시켜보았다. 만나서 반갑고, 맛있는 걸 먹게 되니 또 반가웠다. 


정식을 시켜서 그런 건지 햅쌀이 들어와서 그런지 밥알이 반짝였다. 밥을 반 정도 그릇에 담아 녹차 물을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었다. 게장이 있다는 걸 깜박할 만큼 맛이 좋았다. 물에 만 밥을 다 먹고 나서야 게장이 보였다. 암컷게장을 더 비싸게 받는 이유가 있었다. 


고등어구이도 있었고, 여러 나물도 있었는데 밥을 아껴먹어야 할 판이었다. 이전 같으면 망설이지 않고 공깃밥을 시켰겠지만, 이제는 밥을 양껏 먹진 않게 되었다. 배부른 기분이 그렇게 좋지도 아니하고, 마음껏 먹으면 마음껏 살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살이 좀 붙으면 어떤가 싶지만,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불편했다. 


그러나 나물 반찬들은 아니 먹을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혼자 지내다 보니 기회가 있을 때 먹어야 하는 반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엔 어머니가 먹으라고 사정을 해도 먹지 않던 반찬을 이제는 기회만 닿으면 먹고 있는 모습이 재밌기도 했다.  


밥은 적게 먹어야 하고, 반찬은 골고루 먹어야 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공깃밥을 시켜도 되고, 열 가지가 넘는 반찬을 다 먹기보다 먹고 싶은 것만 먹어도 되었겠다. 그러나 복잡해할 것은 없다. 상황에 맞추어 맛있게 먹었으니 그만이다. 


관계라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반갑다가도 깊어지면 불편해지기도 하고, 불편한 게 있다가도 오래간만에 보면 또 반갑기도 하다. 반가우면 자주 보고, 불편하면 잘라버리면 되기도 하겠다. 그러나 상황에 맞추어 지혜롭게 행동하면 복잡할 게 없을 수도 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지만 불편하다고 좋은 것을 포기하지는 않아야겠다.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개운하고 반가운 이유가 이래서 그렇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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