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 일기
가을을 얼마 느끼지도 못한 듯한데 늦가을의 쌀쌀함이 다가온 것 같았다. 가을옷을 몇 벌 사놓고 얼마 입어보지도 못하고 옷장에 넣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갈치 백반을 먹고 근처 카페엘 갔다. 동행이 단풍을 보고 싶다고 해서 녹음이 보이는 자리를 찾아보았다. 3층에 올라서 보니 통유리 창이 있는 공간이 있었다. 옆으로는 작은 화단에 로즈메리가 향을 뽐내고 있었고, 앞으로는 푸릇한 녹음이 보이는 자리였다. 안타깝게도 단풍은 그리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카페라테 두 잔을 받아 자리로 왔는데 생각보다 더운 느낌이 들었다. 윗옷을 벗고 있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새 구름이 지나가 햇살이 가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 아침만 해도 스산했었는데 어느새 따스함이 가득 차 있었다. 결국 해를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드문드문 수다를 떨다가 밖으로 나왔다. 동행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을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다가 다시 따뜻한 기운을 느끼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가을을 반가워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던 듯하다. 시를 읽어보면 시인들은 계절을 반가워할 뿐 아니라 계절과 사이도 좋은 듯하던데 나는 가을이 확연히 짧아짐을 느끼고서야 아쉬워하는 마음이 들었다. 괜히 질투가 난다.
글을 쓰려면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늦은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시간을 좀 내봐야겠다.
오래 두고 문득 생각나는 인연들에도 연락을 해봐야겠다.